곽재선 케이지(KG)그룹 회장. 케이지그룹 누리집 캡처
‘요소수 사태’의 최일선에 있는 건 기업인들이다. 해외 시장을 발로 뛰며 직접 물량을 찾고 거래를 해서다.
곽재선 케이지(KG)그룹 회장(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요소수 원료인 요소를 구하기 위해 내몽고까지 훑었다”고 했다. 곽 회장은 차량용 요소수 ‘녹스-K’ 등을 생산하는 케이지케미칼(옛 경기화학)과 케이지동부제철·이니시스·케이에프씨코리아·할리스에프앤비 등으로 이뤄진 케이지그룹의 지배주주다. 그가 현장에서 보고 느낀 요소수 사태는 이렇다.
곽 회장은 지난 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자동차에 들어가는 불순물 적은 공업용 요소는 농업용 요소처럼 많이 쓰는 게 아니어서 중국에서 소량을 따로 사는 게 일반적”이라며 “기업도 평소 장기 재고를 비축해놓지 않는데 중국에서 갑자기 공급이 끊기며 수급난이 생긴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 당국이 자국 내 비료 수급 안정화를 위해 요소 수출 제한 조처를 시행한 건 지난달 15일이다. 곽 회장은 “중국은 당국 말 한마디에 갑자기 일순간에 생산과 수출 등이 정지한다”며 “한국에서 요소수 사태가 벌어진 것도 우리 정부 등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중국이 기업 입장에서 보면 불확실성이 상당히 큰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요소 수입 물량 97%를 차지하는 중국산 공급이 끊긴 뒤 기업과 정부는 요소를 구하기 위해 물밑에서 백방으로 뛰고 있다. 곽 회장은 “케이지케미칼은 다행히 연말까지 재고를 확보해 요소수를 정상 생산 중”이라면서도 “현재 내몽고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요소 물량을 확보하려 뛰고 있고 대기업 종합상사 쪽과도 얘기해 긴급하게 요소를 들여올 수 있는 몇 군데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소수 수급난을 하루라도 빨리 해결할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상사 쪽 실무자들이 외국에서 요소를 사 오는 걸 관망하거나 주춤하는 것 같아요. 지금 요소를 비싸게 사 왔는데 만약 중국이 또 느닷없이 물량을 풀어서 가격이 폭락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거죠.”
곽 회장은 “대기업 종합상사가 요소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해외 루트를 잘 알고 발도 확실히 넓다”며 “정부가 이런 종합상사 실무자들이 향후 손실 책임 문제에서 벗어나도록 직접 요소를 사주거나 보조금을 주는 방안 등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요소 가격 하락과 그로 인한 손실 위험을 없애줘야 거래선 확보에 발군인 상사 쪽 실무자들도 더 적극적으로 뛰어다닐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중국은 ‘예고가 없는 나라’”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아직 비즈니스 쪽에선 글로벌 스탠다드(국제 상거래에서 통용되는 약속과 규범)가 갖춰져 있지 않지만 우리는 중국을 너무 믿는다”며 “요소 외에 중국 수입 의존도가 높은 다른 품목들도 앞으로 수급난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준 중국 수입 비중이 80% 이상인 국내 수입 품목은 1850개로, 단일 국가 중엔 대중국 수입 의존도가 가장 높다. 자동차 차체와 시트에 들어가는 마그네슘잉곳, 반도체 제조에 쓰는 산화텅스텐, 전자제품용 네오디뮴 영구자석,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수산화리튬 등이 중국 수입 비중이 높은 대표적인 원자재다. 제2의 요소수 대란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