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첫 임금협상을 진행 중인 삼성전자가 개별 연봉인상률에 영향을 끼치는 성과 평가방식에 절대평가 요소와 동료평가제를 도입하는 것을 뼈대로 한 인사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사내 의견수렴을 거쳐 이달 말 최종안이 나온다. 엠제트(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사내 여론을 고려한 개편이지만, 직원들 간 내부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노사협의회와 노동조합, 부서별 변화관리자(CA·Change Agent) 등을 대상으로 인사제도 개편안 설명회를 진행했다. 회사 쪽이 제시한 방안에는 개인별 성과를 따질 때 절대평가와 동료평가 도입이 중심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회사의 임직원 평가체계는 업적고과에 따라 5단계(EX, VG, GD, NI, UN)로 나누고, 각 등급을 부여받을 수 있는 인원 비중이 정해져 있는 상대평가다. 최고등급(EX)은 전 부서원의 10%만, 두번째 등급(VG)은 25%만 받을 수 있다. 이 등급은 다음 해 개별 연봉인상률 결정과 승진심사 등에 활용된다.
개편 검토안에선 현재 업무 성과가 좋은 최상위 10% 직원에겐 기존처럼 이엑스 등급을 부여하되, 브이지 등급은 비중의 상한선을 없애는 방안이 제시됐다. 전체 부서원의 25%만 받던 브이지 등급을 최대 90% 직원들이 받을 수도 있게 바꾼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상급자만 하급자를 평가할 수 있었던 기존 방식을 벗어나 동료들 간 평가도 반영되는 동료평가제 시행도 개편안에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이 개편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경쟁사가 올해 들어 임금·복지 수준 개선에 적극 나선 상황과 엠제트 세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등급별 인원을 제한하는 상대평가 시스템이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성과 상위 10% 직원과 나머지 90% 직원들 간 임금 배분 비율을 놓고 회사 내부에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사업부문(DS)의 한 직원은 “인사고과에 따른 개별 연봉인상률은 기본상승률과 별도로 책정하는데, 절대평가를 도입한다는 명분 아래 회사가 상위 10% 직원에게만 현재보다 높은 인상률을 보장하고, 나머지 90% 직원에겐 기존보다 인상률을 크게 낮추는 식의 보상을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평가 등급에 따른 인상률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은 엠제트 세대 직원들이 원래 도입을 주장했던 절대평가의 개념과 괴리가 크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내에 회자되는 설에 비춰볼 때,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고 해도 연봉인상률은 일정 범위를 넘진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동료들 간 상호평가를 도입할 경우 자신이 하위 90% 등급을 받지 않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부정 평가에 치우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삼성전자 직원은 “(동료평가제는) 먹이를 던져주고 90% 직원들끼리 싸우라는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창사 52년 만에 첫 노사 임금협상이 진행 중이다. 노조는 전 직원 연봉 1천만원씩 일괄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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