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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미-중 갈등에 반도체 M&A ‘흔들’…‘인텔 인수’ 난감한 SK하이닉스

등록 2021-12-16 16:51수정 2021-12-17 02:35

경기도 이천 에스케이(SK)하이닉스 본사. 연합뉴스
경기도 이천 에스케이(SK)하이닉스 본사. 연합뉴스

연내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마무리하려고 했던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중국 정부의 기업결합 심사 지연으로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업계에선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갈등이 중국 당국 심사 지연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에스케이하이닉스 쪽은 “연내 승인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과 90억달러(약 10조6천억원)에 낸드사업부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8개국 가운데 7개국(한국·미국·대만·싱가포르·EU·영국·브라질) 경쟁당국이 승인을 결정했다. 하지만 중국의 반독점 심사 결과는 감감무소식이다.

업계에선 계약 체결 당시만 해도 두 회사의 결합이 중국의 심사를 통과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3개 업체(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가 시장 90%를 지배하는 디(D)램 시장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상당수 업체가 경쟁 중이라 상대적으로 독과점 우려는 적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기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낸드 시장점유율은 12.4%(4위)로 인텔(6.7%, 6위)의 낸드사업부를 인수하면 업계 2위에 오르긴 하지만 시장 점유율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 국내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미국 기업 매그나칩은 중국계 사모펀드로의 매각이 무산됐다. 지난 3월 중국계 자본인 와이즈로드캐피털에 주식 전량을 매각한다고 발표한 이후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심사기간이 두 차례 연장되는 등 사실상 통과가 어렵다는 판단 아래 심사 마지막 날인 이날 엠앤에이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6월 매그나칩에 회사 매각 계약을 일시 중단하라는 ‘중간명령’을 한 바도 있다. 이 회사의 첨단 디스플레이구동칩(DDI) 기술 등이 중국에 넘어갈 경우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달 한국 정부도 디디아이 기술 등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매그나칩 매각에 개입할 근거를 만들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망 이슈를 계기로 강화된 미-중의 자국 산업 보호정책이 매그나칩의 인수합병 무산과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승인 지연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계 자본의 매그나칩 인수는 승인하면서도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승인에는 머뭇거리는 것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 전략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며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한 에스케이하이닉스가 낸드 시장 2위 사업자로 커지면, 향후 이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중국 업체에도 잠재적 위협이 되는 만큼 시간을 끄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중 간 반도체 패권 다툼이 계속될 경우 2030년까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위를 달성하려는 삼성전자도 불똥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삼성전자가 현재 시스템반도체 업계 1위인 대만의 티에스엠시(TSMC)와 경쟁하려면 신규 공장을 짓거나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해야 하는데, 최근의 상황에 비춰볼 때 인수합병 시도는 미-중 갈등 탓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월 “향후 3년간 전략적 시설투자 확대와 의미 있는 엠앤에이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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