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삼성디스플레이가 ‘시이에스(CES) 2022’ 사전 행사에서 공개한 큐디(QD) 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4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시이에스(CES) 2022’ 미디어데이 행사에선 삼성디스플레이가 ‘큐디 오엘이디’(QD OLED) 기반 티브이를 최초로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정작 세트업체인 삼성전자는 엘시디(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기반의 주력 제품 ‘네오 큐엘이디’(Neo QLED)와 ‘마이크로 엘이디’(Micro LED)의 새 모델만 선보였다. 이번 행사에서 삼성의 티브이(TV) 기술 전시는 왜 ‘한 지붕 두 가족’이 된걸까.
한 때 삼성전자에서 오엘이디(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티브이는 그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볼드모트’ 같은 존재였다. 티브이 기술을 놓고 경쟁을 벌이던 엘지(LG)전자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오엘이디 티브이를 출시한 반면, 삼성은 오엘이디 패널의 단점인 번인(Burn-in) 현상을 지적하며 그동안 엘시디 기반 제품을 고집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성장세를 탄 프리미엄 티브이 시장에서 오엘이디 제품은 ‘대세’로 자리잡았고, 삼성도 더 이상 오엘이디 티브이 시장을 무시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4일 삼성디스플레이가 ‘시이에스(CES) 2022’ 사전 행사에서 공개한 안쪽으로 두 번 접히는 멀티 폴더블 디스플레이 ‘플렉스 지(Flex G)’.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말 양산을 시작한 큐디 오엘이디 패널로 만든 티브이를 이번 시이에스에서 처음 선보인 것이다. 큐디 오엘이디는 패널에 무기물인 퀀텀닷(양자점·QD) 물질을 입힌 디스플레이로, 기존 오엘이디 제품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게 회사 쪽 설명이다. 기존 제품은 흰색 소자가 빛을 내는 것과 달리 삼성의 오엘이디는 청색을 소자로 사용해 청색에서 자체 발광하는 빛이 큐디층과 만나 삼원색을 구현하는 원리가 적용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날 65인치와 55인치 티브이 등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인 큐디 디스플레이 제품들을 소개하며 “세계 최초로 큐디를 내재화한 자발광 디스플레이로, 현존하는 디스플레이 가운데 실제에 가장 근접한 색 표현과 입체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오엘이디와 엘시디 제품에 견줘 ‘기술 우위’를 강조한 셈이다.
회사의 성과를 홍보하고 싶어 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달리 그동안 오엘이디 티브이의 기술적 문제를 지적해왔던 모회사 삼성전자 입장에선 큐디 오엘이디의 등판이 마뜩잖은 분위기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패널을 공급받아 오엘이디 티브이를 생산할 삼성전자의 이번 전시에서 큐디 오엘이디 제품이 빠진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는 현재 업계에서 큐디 오엘이디로 불리는 패널의 공식 명칭도 ‘오엘이디’라는 이름을 뺀 ‘큐디 디스플레이’로 부르고 있다.
한편, 이날 삼성디스플레이 전시에선 두 번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을 만들 수 있는 멀티 폴더블 디스플레이 ‘플렉스 에스(S)’와 ‘플렉스 지(G)’ 등도 공개됐다.
라스베이거스/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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