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한겨레> 자료사진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발표한 인사제도 개편의 일환으로 12일부터 직급·직책에 관계없이 ‘상호 존댓말 쓰기’를 시작했다. 엠제트(MZ)세대 직원들은 대체적으로 변화를 환영하는 가운데, 일부에선 ‘존댓말 사용이 어색해 오히려 직원 간 소통이 줄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13일 삼성 임직원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삼성전자는 전날 사내 공지를 통해 구성원 간 상호 존중하는 차원에서 모든 임직원이 회사 안에서는 서로 존댓말을 쓰라고 안내했다. 네이버·카카오 등 판교 아이티(IT) 기업 같은 수평적 조직문화를 안착시키겠다는 취지다. 이와 더불어 회사 인트라넷 등에서 조회할 수 있었던 개인별 직급과 사번 정보도 삭제하기로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7년 직급단계를 기존 7단계에서 4단계로 단순화하면서 직원들 간 호칭도 ‘프로’ 등으로 통일했지만, 상호 존댓말 쓰기를 시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새 제도 도입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삼성전자의 한 30대 직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그동안에는 부서장 등이 팀원에게 반말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는데, 원래 회사에서 직원 간 상호 존중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회사가 시키지 않아도 (상호 존댓말 쓰기는) 진작에 자리잡았어야 했다.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 회사의 한 간부급 직원은 “어제부터 하루 종일 사무실이 조용하다. 윗사람은 윗사람대로, 아랫사람은 아랫사람대로 (갑자기 존댓말을 써야 하는 게) 어색해서 서로 말을 붙이지 않으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쪽은 “제도 시행 초기에는 이런저런 혼란이 있을 수도 있으나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위해 제도를 개선한 만큼 점차적으로 상호 존댓말 사용이 정착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조직문화 개선의 모델로 삼고 있는 빅테크 기업의 경우 설립 초기부터 상호 존댓말을 사용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져왔다는 설명이다. 임원을 제외한 직원들 간에는 직급 자체가 없는 영향이다. 카카오의 경우, 합병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시절에는 직원 간 호칭을 ‘님’으로, 2014년 다음카카오 합병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영어 닉네임 사용을 원칙으로 삼았으나 상호 존댓말 사용과 관련한 별도의 사내 규정은 없다. 네이버 역시 직원 간 호칭은 ‘님’이고, 조직장급 이상은 공식 직책인 ‘리더’ 등으로 부르고 있지만 존댓말 사용을 회사가 강제한 적은 없다는 게 회사 쪽 설명이다. 판교 아이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카카오에서 부서장이 팀원에게 ‘◯◯아, 이것 좀 해와라’라고 반말로 업무를 지시했다면 당장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당할 것”이라며 “이들 기업에선 임원이라고 해도 사원에게 반말을 했다면, 절대 다수 직원이 해당 임원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보는 분위기다”라고 설명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