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위한 최적의 방안이자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땅이나 바다 속에 묻는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탄소포집저장 기술 적용 조건으로 녹색 분류체계에 포함시키면서 이 기술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 이산화탄소를 붙잡아 땅이나 바다에 묻는 방법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는 그럴싸한 얘기, 과연 믿어도 될까.
지난달 20일 공개된 글로벌 환경단체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의 ‘수소발전 속에 숨겨진 온실가스’ 보고서가 던진 질문이다. 이 보고서는 석유회사 셸(Shell)이 2015년부터 캐나다 알버트주에서 가동 중인 ‘퀘스트공장’을 사례로 “실제로는 탄소포집저장 기술로 포집되는 이산화탄소보다 포집되지 못하고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이 훨씬 더 많다”고 지적한다. 탄소포집저장 기술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과신하거나 이 기술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는 경고도 담고 있다.
글로벌 위트니스는 보고서에서 “퀘스트 공장의 이산화탄소 포집 능력이 과도하게 포장됐다”고 지적했다. 퀘스트공장은 액화천연가스로 발전에 필요한 수소를 만든다. 액화천연가스에서 추출된 메탄(CH₄)을 수증기(H₂O)와 3대 1 비율로 반응시키는 ‘증기 개질’ 방식을 쓴다. 이 공정에서 수소(H₂)·일산화탄소(CO)·이산화탄소 등이 나오는데, 발전(수소)과 원료(일산화탄소)로 사용되지 못하는 이산화탄소를 탄소포집저장 기술로 포집한다. 셸은 “탄소포집저장 기술로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약 80%를 포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이 공장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곳이 이 공정에서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체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40% 가량은 ‘플르 가스(Flue gas)’(굴뚝)를 통해 나가는데, 탄소포집저장 기술로는 이를 포집하지 못한다. 이를 감안하면 셸의 주장과 달리, 퀘스트공장의 탄소포집저장 설비가 포집하는 이산화탄소는 전체 발생량의 80%가 아니라 48%에 그친다는 게 글로벌 위트니스의 주장이다.
글로벌 위트니스가 캐나다 펨비나 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퀘스트공장의 2015~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따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탄소포집저장 설비로 포집되는 이산화탄소를 빼고도 총 765만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액화천연가스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158만t)와 탄소포집저장 설비 운용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87만t) 등을 포함한 수치다. 모두 셸이 공개한 수치에서는 빠졌던 것들이다. 퀘스트공장의 5년치 전체 배출량 1247만t의 절반이 넘는 분량의 이산화탄소가 포집되지 않고 공기 중으로 배출된 셈이다.
국내 환경단체 기후솔루션도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탄소포집저장 기술이 이산화탄소 감축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호주 환경전문 매체 <보일링 콜드(boiling cold)> 보도를 인용해, 호주 최대 탄소포집저장 사업 고르곤 가스전의 연간 이산화탄소 발생량 830만t 중 실제 포집·저장량은 130만t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메탄 등 액화천연가스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체 온실가스가 4200만t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온실가스 발생량 가운데 탄소포집저장 기술로 감축할 수 있는 양은 3%밖에 안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점진적으로 전체 전력계통에서 원전 발전량 비중을 낮추는 대신 액화천연가스 발전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마련한 녹색 분류체계에서 액화천연가스 발전도 탄소포집저장 기술 적용을 조건부로 녹색경제로 분류했다. 하지만 액화천연가스 공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발생하는 점 때문에 액화천연가스를 친환경 원료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 중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대안으로 선택한 게 탄소포집저장 기술이다. 액화천연가스 사용량이 늘어나더라도 탄소포집저장 기술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잡을 수 있다면 전체 이산화탄소 감축량 목표 도달에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탄소포집저장과 관련해 온실가스 배출량 및 감축량과 관련한 데이터조차 수집되지 않은 상태이다. 아직 실증이 안된 상태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탄소포집저장 기술 적용을 금융 지원 근거로 삼기까지 한다.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수출입은행 국정감사에선 에스케이이앤에스(SK E&S)가 호주 바로사 가스전 액화천연가스를 구매하기로 한 게 논란이 됐다. 바로사 가스전에 온실가스가 다량 포함돼 있는데도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해당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약속해서다. 수출입은행은 탄소포집저장 기술 적용을 금융지원을 해주게 된 배경 중 하나로 거론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를 두고 “탄소포집저장 기술이 정유사와 석유화학사에 대한 ‘면죄부’로 쓰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탄소포집저장 기술이 화석연료 발전의 수명 연장과 신규 착공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온실가스 배출은 생산·정제·운반·연소 등 전 공정에서 발생하지만, 현재 운영 중이거나 적용을 추진 중인 탄소포집저장 사업은 일부 단계 공정의 온실가스만을 포집·저장한다”며 “탄소포집저장 기술에 대한 과도한 낙관이 결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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