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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단독] 친환경 사업만 지원하겠다던 무보, ‘탄소 2배’ 호주 가스전 지원 논란

등록 2022-02-09 16:46수정 2022-02-10 06:19

참여업체 SK E&S의 보증 신청
‘3월 승인 예정’ 내부 방침 정해
호주 바로사-칼디타 해상가스전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 지적 받아
SK “탄소포집 땐 대폭 절감 가능”
미 IEEFA “포집기술 써도 1.5배”
SK E&S가 개발 예정인 호주 바로사-칼디타 가스전 전경. SK 제공
SK E&S가 개발 예정인 호주 바로사-칼디타 가스전 전경. SK 제공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다른 가스전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호주 바로사-칼디타 해상가스전(이하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무역보험공사(무보)가 보증을 서주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산화탄소 발생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발전 사업에 보증을 서 온 게 논란이 되자 “앞으로는 친환경 사업만 지원하겠다”고 밝힌 터여서 뒷말이 나온다. 유럽연합 등의 녹색분류 기준에 천연가스가 포함돼 있지만, 바로사 가스전은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많아 친환경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9일 무보가 ‘호주 바로사 가스전’ 금융지원과 관련해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에 보낸 답변서를 보면, 무보는 바로사 가스전 사업 참여업체 에스케이이앤에스(SK E&S)의 보증 신청을 3월 ‘국제 환경기준 준수’ 조건으로 승인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무보가 보증을 하면, 에스케이이엔에스는 이를 디딤돌로 은행과 투자업체 등으로부터 사업자금을 유치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에스케이이엔에스의 바로사 가스전 지분 인수 때 3억달러(3500억원)의 여신의향서를 발급한 수출입은행도 무보 보증 뒤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에스케이이앤에스는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액화천연가스(LNG)를 2025년부터 20년에 걸쳐 연간 130만t씩 국내로 들여올 예정이다. 이를 위해 바로사 가스전 지분 37.5%를 확보했고, 지금은 액화시킨 천연가스를 국내로 들여오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나머지 지분은 호주(50%)와 일본(12.5%) 에너지 기업이 가져갔다.

문제는 바로사 가스전이 호주의 다른 가스전에 견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바로사 가스전에서 액화천연가스 1t당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1.47t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로만 보면, 액화천연가스 생산량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 많은 꼴이다. 특히 바로사 가스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호주 내 다른 가스전 발생량 평균치(0.7t)와 비교해도 2배 이상 많다.

에스케이이앤에스는 “액화천연가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을 통해 잡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로사 가스전의 경우, 탄소포집저장 기술을 사용해도 이산화탄소 감축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바로사 가스전에 탄소포집저장 기술을 적용해도 액화천연가스 1t당 1.06t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여전히 호주 다른 가스전 평균 배출량보다 1.5배 많다. 더욱이 액화천연가스는 수송·저장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에스케이이앤에스의 “저탄소 액화천연가스 생산·공급” 주장에 환경단체들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이에 대해 에스케이이앤에스는 “최근 외부 전문업체에 의뢰해 받은 수치에 따르면, 탄소포집저장 기술 적용 시 호주 내 다른 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의 이산화탄소 발생량 평균치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무보는 그동안 국정감사 때마다 석탄발전 사업 보증 건으로 질타를 받았다. 환경오염 사업까지 보증을 서준다는 이유에서다. 급기야 무보는 2021년 국정감사에서 “석탄발전에는 금융지원을 하지(보증을 서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친환경 사업’만 보증을 서주기로 한 것이다. 이산화탄소 발생 주범으로 꼽히는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보증을 서주기로 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무보가 지난해 4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소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무보는 2011~2020년 사이 석유·천연가스 사업에 41조2050억원의 보증을 섰다. 가스와 관련된 보증이 늘었는데, 2019년 4조원 가량이던 무보의 천연가스 사업 보증이 2020년에는 7조원을 넘었다.

무보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바로사 가스전 보증 건과 관련해 “환경 문제와 관련해선 대응하지 않는다는 게 내부 방침”이라고 밝혔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탄소포집저장 외에 이산화탄소 순감축량에 대해서 기업(에스케이이엔에스)과 논의 중”이라며 “기업 쪽 설명을 들어보고 상반기 내 (추가 자금지원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천연가스에 대한 환경 기준이 엄격해지고 있다. 유럽연합이 최근 발표한 녹색분류 기준에 따르면, 신규 가스발전소에 대한 투자는 2030년까지만 녹색으로 분류된다. 바로사 가스전은 2025년부터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을 들어 바로사 가스전 사업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때문에 무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로사 가스전 사업이 엎어지면 보증을 선 무보가 손실을 책임져야 한다. 전례도 있다. 한국전력은 2010년 4천억원을 투자해 호주 바이롱 석탄광산을 인수했는데, 환경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업이 무산됐다. 토지 매입 및 탐사 등에 추가로 들어간 비용까지 포함하면 손실이 8천여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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