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LG)전자가 ‘선택과 집중’을 통한 미래 사업 준비를 위해 12년 만에 태양광 패널 사업을 종료한다.
엘지전자는 23일 그동안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검토해왔던 태양광 패널 사업을 철수하기로 전날(22일) 열린 이사회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엘지전자는 지난 2010년 태양광 패널 사업을 시작해 엔(N)타입, 양면형 등 고효율 프리미엄 모듈 위주로 사업을 운영해 왔다. 엘지전자의 사업 철수 발표로 국내 대기업 가운데 태양광 패널 사업을 보유한 곳은 한화큐셀(한화솔루션 큐셀부문)과 현대에너지솔루션 두 곳만 남았다.
이날 회사가 공시한 태양광 패널 사업의 영업정지 금액은 8817억원(2020년 매출 기준)으로, 엘지전자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한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1%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엘지전자는 애프터서비스(A/S) 등의 수요를 감안해 올해 2분기까지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고, 6월30일자로 사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시장 경쟁 심화와 지속적인 사업부진에 따른 것이다.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이 중심인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본부에 속한 태양광 패널 사업 매출은 2019년 약 1조1천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꾸준히 감소해왔다. 영업이익도 적자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쪽은 사업부진과 관련해 “지난 수년간 저가 제품 판매가 확대되며 가격경쟁이 치열해지고, 폴리실리콘을 비롯한 원자재 비용이 상승하는 등 시장과 사업환경의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향후 사업의 불확실성도 지속되는 추세”라고 원인을 설명했다. 엘지전자는 사업 초기부터 발전효율이 높지만 비싼 고급형 패널로 차별화를 꾀했는데, 최근 몇 년간 기존보다 효율을 개선한 저가형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다만, 사업 전략과 별개로 최근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에 따른 실적 부진은 태양광 패널 업계 전반의 고민이다. 국내 태양광 패널 1위 사업자인 한화큐셀의 경우, 매출이 2020년 4분기 1조1624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990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4억원에서 1533억원까지 늘었다.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원가와 물류비 상승 폭이 이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엘지전자는 태양광 패널 사업 철수 이후에도 기존 비에스사업본부 에너지사업부 직원 900여명(국내 600여명)의 고용은 유지하기로 했다. 직원들의 의향과 엘지전자 및 그룹 계열사의 인력수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력 재배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올해 하반기부터 태양광 패널 사업이 빠지는 엘지전자 비에스사업본부는 앞으로 △아이티(IT·모니터와 노트북 등) △아이디(ID·사이니지와 상업용 TV 등) △로봇 사업 등에 집중한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빌딩에너지관리솔루션 ‘엘지 비콘’(LG BECON) 등 현재 진행 중인 에너지 사업과 관련 연구개발도 이어간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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