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6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잔뜩 긴장한 모양새다. 올해 상반기 야심작이었던 갤럭시 S22가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논란에 휘말린 데다 최근 또다시 ‘6만 전자’를 기록한 주가 부진 등 연이은 악재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의 핵심 안건은 대규모 이사진 교체다. 지난해 연말 사장단 인사로 2018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대표이사 3명(김기남·고동진·김현석)이 물러나면서 전체 사내외 이사 11명 가운데 6명이 사임 또는 임기만료 등으로 바뀌게 된다. 신규 사내이사로는 경계현 디에스(DS)부문장, 노태문 엠엑스(MX)사업부장, 박학규 디엑스(DX)부문 경영지원실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이 선임될 예정이다. 새 사외이사 후보에는 한화진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석좌교수와 김준성 전 삼성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새 이사 선임을 놓고 개미투자자들은 물론,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라 안건이 역대 최저 찬성률로 통과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8.53%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은 지난 11일 이사 후보 3명(경계현·박학규·김한조)의 선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이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거나 이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한 자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소액 주주들의 거부권 행사 움직임은 국민연금이 반대한 후보에 포함되지 않은 노태문 사장에 집중되는 분위기다. 최근 지오에스 이슈로 불거진 소비자 기만 논란의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노 사장은 갤럭시 스마트폰의 발열 문제를 하드웨어 설계 강화로 해소해야 한다는 내부 지적에도 불구하고, 원가 절감 등을 위해 소프트웨어적 해결책을 고집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는 506만6300여명으로, 한해 전(215만3900여명)의 두배를 넘는다.
지오에스 논란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최근 3개월간 잇따른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초 반도체 칩 전문업체 에이엠디(AMD)와의 협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200’은 원래 갤럭시 S22 탑재가 예상됐지만, 낮은 수율 문제로 유럽 시장 제품에만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관련 시장점유율도 4%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달 초에는 국제 해커조직 ‘랩서스’(LAPSUS$)에 의해 갤럭시 구동에 쓰이는 소스코드 일부가 유출돼 곤혹을 치렀다. ‘임직원과 고객 개인 정보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게 회사 쪽 설명이지만, 시장과 소비자 신뢰도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런 가운데 회사 주가는 시장이 산정한 목표주가(적정주가)와 2년 만에 가장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삼성전자 주가는 6만9500원으로 마감해, 지난해 11월11일(6만9900원) 이후 또 한번 6만원대로 떨어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지난 8일까지 최근 한달여간 집계한 목표주가 컨센서스(9만9208원)에 견줘 3만원가량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괴리율(시장이 제시한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 간 차이)은 42.75%로, 2020년 4월2일(42.86%) 이후 가장 높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글로벌 경기 영향과 무관치 않지만, 최근 이슈와 맞물려 주주들의 불만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7만200원에 장을 마감해 직전 거래일보다 0.29%(200원) 상승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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