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웨이항공이 새로 도입한 중대형 항공기 A330.
국내 최초의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옛 한성항공)이 ‘탈 엘시시’를 선언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결합 인가 조건에 따라 재분배 예정인 장거리 노선 확보전에 나설 뜻도 분명히 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절차가 마무리되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국내 항공업계 재편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사라지면서 공석이 되는 ‘넘버 2’ 자리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항공 등 다른 엘시시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티웨이항공은 17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새로 도입한 중대형 항공기 ‘에어버스 A330’을 공개했다. 이 업체는 중대형급 항공기를 올해 2대 더 들여올 예정이다. 티웨이항공은 그동안 탑승 가능 인원이 190명에 그치는 중소형 항공기(보잉 737-800)만 운용해왔다. 새 항공기는 기존 항공기에 견줘 좌석 수와 최대 운항 거리 등이 모두 2배에 이른다. 한번 급유로 싱가포르와 하와이 등은 물론 동유럽·호주와 미국 서부까지 운항할 수 있다. 티웨이항공은 “일단 3월 말부터 김포~제주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티웨이항공의 중대형 항공기 도입은 사실상 ‘실험’에 가깝다. 저비용항공사들은 항공기를 단일 기종으로 유지하며 비용을 절감해 요금을 낮추는 전략을 펴왔다. 항공기 기종이 다양해지면 정비에 필요한 설비와 조종사·승무원·정비사 훈련비 등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서로 다른 급의 항공기를 혼용하면 비상 정비나 악천후 등 비정상 상황에 대응하기도 어려워진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사우스웨스트와 스위스의 이지젯 등 엘시시 성공사례로 꼽히는 항공사들도 모두 단일 기종을 고수한다. 당연히 경쟁 엘시시들은 티웨이항공의 도전을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더욱이 티웨이항공은 이번에 중대형 항공기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항공기 운용 전략을 수정했다. 이 업체는 2017년에는 “소형 항공기 40대와 대형기 10대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형기 30대와 대형기 20대 도입’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게다가 이번에 들여온 항공기으로는 런던·파리 등 서유럽 쪽 노선에는 진출하지 못한다. 티웨이항공이 추가로 도입할 항공기는 더 큰 기종일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한 엘시시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항공기 기종의 이원화 전략을 택한 티웨이항공은 엘시시 정체성을 벗어던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결합 인가 조건에 따라 향후 재배분될 것으로 예상되는 장거리 노선 운수권 확보 의지도 내보였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이날 새 항공기 안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며 “재배분될 운수권 중 매력적이지 않은 게 없다. 특히 유럽은 5~6개 노선 전부 매력적”이라며 “가장 관심 많은 곳은 파리, 로마, 런던, 바르셀로나 등이다. 합병이 안 되고 세월이 흐르면 40년, 50년을 기다려도 나오기 힘든 운수권”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티웨이항공이 단거리 노선 위주의 국내 저비용항공 시장이 과포화됐다고 판단해 장거리 노선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소형 항공기로 운항 가능한 단거리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물론이고 이들 업체의 엘시시 자회사들도 굳건히 버티고 있다. 아시아 주요 공항은 슬롯(비행기가 승객을 태우거나 내리기 위해 공항에 머무는 시간과 공간)이 꽉 차 증편 자체가 어렵다. 거기다 소형 항공기는 화물기 전용도 어렵다.
김제철 한서대 교수(공항행정학)는 “코로나19 대유행 전부터 엘시시들의 과당 경쟁이 심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항공사도 등장하고, 이제는 장거리 전용 엘시시 항공사도 나왔다. 티웨이항공으로선 전략의 다변화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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