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웨이항공 화물 운송용 용기 유엘지(ULD). 티웨이항공 제공
여객 사업에 의존하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은 저비용항공사(LCC)들이 화물 운송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독일 젵테이너(Jettainer)와 유엘디(ULD·Unit Load Device)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유엘디는 항공화물 운송을 위한 화물 적재 용기를 말한다. 유엘디를 사용해야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화물을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비행기에 실을 수 있다. 티웨이항공은 “대형·특수 화물 수송에 대비하고자 유엘디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운영 효율을 위해 소형 항공기 단일 기종을 운용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이게 한계로 작용했다. 더욱이 항공화물 수송 단가가 상승하면서 대형 항공기와 화물 전용기를 운용하는 대형항공사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것과 대조적이다. 저비용항공사도 화물 수송 사업을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학습효과가 생긴 것이다.
앞서 티웨이항공은 에어버스 중대형 항공기(A330)를 도입하면서 필요에 따라 화물 운송에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유엘디 도입도 본격적인 화물 운송 사업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추진됐다. 티웨이항공은 지난달에는 항공 화물 운송용 컨테이너를 도입했고, 5월에는 팔레트도 들여온다. 위험물 운송 허가도 받았다. 티웨이항공은 “향후 대형 항공기(A330-300)를 추가 도입해, 화물 운송 수요가 큰 지역을 중심으로 우선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제주항공도 화물 운송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오는 6월 첫 화물 전용기(737-800)를 도입한다. 여객기로 사용하던 항공기를 화물 전용기로 개조한다. 제주항공은 여객기와 같은 기종의 화물 전용기를 통해, 기단 운영의 효율성을 유지하면서도 화물 운송 사업을 벌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장거리 특화 사업모델을 앞세우며 출범한 에어프레미아는 이미 화물 운송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3월 말 기준으로 1천t 넘는 화물을 운송했다. 싱가포르·호치민·방콕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부품과 의료용 진단키트 등의 수요가 많아진 영향이 컸다. 에어프레미아는 “올해 중대형 항공기 3대를 추가 도입해 여객은 물론 화물 운송 사업의 영역을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저비용항공사들도 여객 사업에만 의존해선 생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졌다. 화물 운송 사업을 통해 어느 정도 안정적인 기반의 수익을 확보하고 싶을 것”이라며 “저비용항공사는 이제 여객뿐 아니라 화물 수송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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