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인터뷰
삼성 뒤쫓는 3위 기업 없어
‘초미세 공정 팹’ 삼성·TSMC뿐
대규모 투자 인텔, 성공에 의문
반도체 인력 양성 시스템 ‘경직’
비전공자 직업훈련은 비효율적
지역에 소규모 공장 둔 대만처럼
반도체 산업 저변확대 고려해야
삼성 뒤쫓는 3위 기업 없어
‘초미세 공정 팹’ 삼성·TSMC뿐
대규모 투자 인텔, 성공에 의문
반도체 인력 양성 시스템 ‘경직’
비전공자 직업훈련은 비효율적
지역에 소규모 공장 둔 대만처럼
반도체 산업 저변확대 고려해야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제공
“티에스엠시는 세계 최초로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한 회사고, 삼성은 후발주자지만 그만큼 쫓아간 거다. 시스템반도체 제조에만 전념하는 티에스엠시와 달리 삼성전자는 1위를 하고 있는 메모리에 시스템반도체까지 투자해야 하는 입장이니 버거운 거다. 그나마 삼성을 제외한 다른 업체는 이미 다 티에스엠시 추격을 포기했다. 위기란 표현은 1위 기업의 자리가 불안할 때 쓰는 것이지, 2위 기업이 계속 2위를 하는데 위기라고 하는 건 이상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삼성을 뒤쫓는 3등은 없다는 거다. 전세계에 초미세 공정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는 티에스엠시와 삼성밖에 없다.” ―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인텔은 과거 파운드리 사업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삼성과 티에스엠시가 보유한 공정 기술을 이제부터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지원한다고 하니 나서는 거다. 현재 삼성이나 티에스엠시는 5나노 이하를 생산한다. 근데 인텔은 아직 10나노 공정이다. 7나노를 건너뛰고 3~5나노 공정을 하겠다는 건데, 이게 성공할까? 다른 회사였다면 다들 안 믿었을 텐데, 그나마 인텔이니까 그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며 지켜보는 것이다.” ― 한국의 세계팹리스(반도체 설계) 시장점유율은 1%에 그친다. 이 분야가 취약한 이유는 무엇인가.
“팹리스는 그 수요가 굉장히 중요하다. 누군가 설계 주문을 해야 하는데, 국내 수요 기반은 삼성, 엘지(LG), 현대차 같은 대기업이다. 이들 회사는 자체 반도체 사업이 있거나 아예 국외에서 칩을 수입해왔다. 수요자와 팹리스 간 연결이 잘 안 됐던 이유다. 하지만 지난해 반도체 공급망 이슈로 전세계가 반도체를 (수입보다는) 직접 만들어 써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면서 국내 팹리스 업체의 사업 환경이 이전보다 좋아졌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반도체가 필요한 만큼 정부가 이들의 수요와 팹리스 간 협력을 주선하면 좋을 것 같다.” ― 반도체 산업 인력난은 왜 해결이 안되나?
“인력 양성 시스템이 굉장히 경직돼 있다. 인구가 줄어드니 대학 정원을 줄여야 하는데, 특정 학과의 인원만 늘릴 수 없다는 거다. 반도체 산업이 5년 전보다 두배 성장했으면, 기업이 필요한 인력도 두배 늘어나는데, 대학이 배출하는 인력 규모는 똑같다. 지난 2월 제정된 반도체특별법(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전략산업종합교육센터’ 지정이 포함됐다. 대학에서 반도체를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자들을 교육하는 인력양성기관이다. (배출 인력 규모를 맞추기 위해) 4년간 다른 분야를 공부한 사람이 다시 직업훈련을 받는 건 개인 입장에서도 비효율적이라고 본다.” ― 6·1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가 원주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고,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등 여러 지자체가 반도체 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방에서도 반도체 산업 저변 확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흔히 반도체라고 하면 삼성전자나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대형 팹을 떠올리지만, 다양한 반도체 제조 시설이 있다. 시스템 반도체의 하나인 전력 반도체의 경우 공정이 50여개로 비교적 단순하고, 팹 건설비도 5천억원 수준이다. 대만이나 미국, 유럽의 경우 소형 반도체 공장이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다. 경북 구미의 케이이시(KEC) 같은 지방의 중소형 반도체 제조 시설이 활성화했으면 한다. 다만, 글로벌 경쟁을 하는 대기업의 경우 사업장이 지방에 있으면 우수 인재 유치가 어려울 수 있다. 이들 기업이 수도권에 모여 있는 것도 그런 이유가 크다.” ―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망은.
“한국은 지금껏 다른 나라에 견줘 빠른 기술 개발과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1990년대 초반까지 전세계 제조 시설의 약 60%가 미국과 유럽에 있었는데, 지금은 20%가 채 안 된다. 그 시기 한국은 1년에 세 개 이상 공장을 지었다. 반도체는 미세공정 기술 경쟁이 중요한데, 공장을 세우는 타이밍이 1년 늦춰지면 앞선 업체와 경쟁이 안 되는 거다. 그런데 (토지 보상과 환경영향평가 등으로 착공이 지연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처럼 점차 그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투자 속도가 느려지면 산업 경쟁력도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장 부지 확보나 인력 양성 등 민주주의 사회에서 합의해야 할 것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관련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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