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지난 2일부터 20일째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하이트진로지부(이하 화물연대) 조합원 등을 상대로 수십억원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화물연대는 “교섭 요구에는 응하지도 않으면서 소송으로 협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21일 하이트진로는 “파업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화물기사를 상대로 지난 17일 1차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며 “파업 이후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해서도 지속해서 취합해 손해배상 청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소송가액은 현재 수십억원대로 알려졌는데, 하이트진로는 향후 청구금액을 더 늘릴 방침이다. 하이트진로는 이천·청주공장 파업으로 인해 고객에게 배달할 주류를 운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공장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화물기사들이 파업에 나서면 화물 주인인 ‘화주’들은 운송업무를 위탁 받은 ‘운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운송업무라는 ‘채무’를 불이행한 건 운수사기 때문이다. 이후 운수사들은 화물기사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화물기사들에게 직접 소송을 제기했다. 운송업무를 위탁받은 운수사 ‘수양물류’는 하이트진로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인 탓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는데, 하이트진로 쪽은 “화물기사들이 회사의 업무를 방해했기 때문에 직접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의 수십억원대 손배소 청구는 운송료를 둘러싸고 회사와 화물연대의 오랜 갈등이 터져 나온 탓으로 보인다. 화물연대와 하이트진로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운송료 계약 갱신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하이트진로 5개 공장(이천·청주·홍천·마산·전주) 화물차주(기사)연합회는 공동 대응을 모색했다. 교섭을 통해 턱없이 낮은 운송료를 인상시키자는 취지였다. 화물연대 쪽은 “타이어값, 차량 부품값, 요소수 등의 소요비용은 물가보다 훨씬 많이 올랐는데, 10년 동안 운송료가 오른 것은 (계약 갱신 과정에서) 3번에 불과하다”며 “수양물류는 하이트진로를, 하이트진로는 수양물류를 탓하며 같은 계열사끼리 운송료 인상에 대한 책임을 미뤄왔다”고 말했다. 반면 하이트진로 쪽은 “분기마다 변동된 유가를 운송료에 반영하고 있고, 이를 제외하고도 물가인상분 만큼은 운송료가 올랐다”고 반박한다.
수양물류는 5개 공장 차주연합회와의 교섭 과정을 통해서 운송료 5% 인상과 복지기금 지급을 조건으로 내세워 홍천·마산·전주 공장 차주연합회와는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천·청주 화물기사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았고, 지난 3월 화물연대에 가입해 3~5월 부분파업, 이달 초부터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파업 이전부터 수양물류는 화물연대를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며 ‘화물연대 옷을 벗으면 교섭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20일이 넘는 파업 과정에서 조합원 15명이 경찰에 체포되고, 수양물류가 운송업무를 재위탁하는 2차하청 명미인터내셔널과 계약을 해지하면서 화물연대 조합원 30여명이 일자리를 잃기도 했다.
회사의 강경한 태도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 쪽은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부지부장이 계약이 해지된 명미인터내셔널 소속이라는 점 때문에 교섭하지 못한다는 태도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화물연대와 조합원들을 분리시키려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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