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입주한 경기도 평택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일반산업단지’ 조감도. 경기도 제공
국민의힘이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 공제율을 최대 25%까지 상향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반도체 산업경쟁력 강화 법안’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이 124조원(2021년 기준)에 달하는 등 반도체 회사들의 곳간이 넉넉해 투자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라 투자 촉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세액 공제 확대가 지나치다는 반론이 나온다.
‘국민의힘 반도체 산업경쟁력 강화 특위’는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과 국가첨단전략산업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을 오는 4일 발의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조특법 개정안에는 대기업 기준 세액공제율을 현행 최대 10%(당기분 6%·증가분 4%)에서 기본 20%·초과분 5% 등 최대 25%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해 12월 반도체·배터리·백신 등 3대 분야에 대해 연구개발비(8%→40%)와 함께 시설투자 비용에 대해서도 세액 공제율을 3%에서 10%로 상향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율을 12%로 상향하겠다고 했고, 한 달 만에 여당이 이를 다시 두배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나선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세액 공제 확대가 투자 증가로 이어진다는 효과가 확인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여당이 졸속으로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날 시설투자 세액 공제율이 국민의힘 방안대로 상향 조정되면 2021년 기준 삼성전자는 11조원,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2조원의 세금을 감면받게 된다고 추정했다. 기존 연구개발비 공제액까지 합하면 세금 감면액은 각각 20조원, 4조원으로 불어난다.
문제는 세금을 깎아준다고 반도체 회사들이 투자를 늘릴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이미 향후 반도체 시황에 따라 투자를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올해 공제율을 전년보다 2배 넘게 올렸는데, 그에 대한 효과 검증도 없이 정부와 여당이 경쟁하듯 계속 더 올리려고 하는 중이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2021년 기준 현금성 자산은 각각 124조원, 9조원에 달해 투자 여력이 없다고 할 수도 없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투자 여력이 높은 상황에서 추가 세금 감면은 세수만 줄이고 투자 증진 효과는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며 “실증평가를 통해 정책 목적이 달성됐는지를 검토한 뒤 추가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여당이 발의할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에는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가 전략산업 특화 단지의 조성 단계부터 지원해 신속한 특화단지 조성·지정이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수도·전기 등 공기업 또는 공공기관에서 설치할 필요가 있는 기반시설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이 될 수 있게 하고, 원활한 인력수급을 위해 인력양성 사업에 산업 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를 추가하는 동시에 학생 정원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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