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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미 ‘반도체 중국 견제’, 설계 소프트웨어도 겨냥…우리 정부 전략은?

등록 2022-08-16 19:46수정 2022-08-17 02:41

미, 미세공정 장비 이어 추가규제 잰걸음
삼성전자, 파운드리 중국 고객 영향 ‘촉각’
국내 반도체기업 속타는데 정부 전략 안 보여
지난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잔디밭에서 ‘반도체 칩과 과학법’에 서명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잔디밭에서 ‘반도체 칩과 과학법’에 서명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에 대해 반도체 설계를 위한 소프트웨어까지 수출을 규제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앞서 미국은 14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미세 공정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견제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당장은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위탁생산) 쪽에선 중국 고객들이 이번 추가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꼴이어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블룸버그> 등 외신을 보면, 미국 상무부는 첨단 반도체와 터빈 생산에 필요한 4가지 기술의 ‘악의적인 군사적·상업적 사용을 막기 위해’ 수출 규제를 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악의적인(nefarious) 사용’을 강조한 점으로 볼 때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이번에 추가되는 규제 대상 가운데 반도체와 관련된 것은 3나노 이상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와 첨단 반도체 핵심 소재인 다이아몬드와 산화갈륨 등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분석에 따르면, 전자설계자동화 소프트웨어 규제가 중국 반도체 산업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머신러닝·자율주행 분야를 중심으로 첨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설계·테스트·검증 등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를 도입·사용할 수 없게 되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런 소프트웨어 시장은 미국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미국의 시놉시스, 케이던스, 지멘스(옛 멘토그래픽스)가 각각 32%, 30%, 13%를 점유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트럼프 정부 시절인 2019년 화웨이가 수출 규제 대상이 꼽히자 중국 자회사 하이실리콘에도 자사 제품을 제공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하이실리콘이 반도체 기술력이 뒤처지기도 했다. 트렌드포스는 “화다쥬텐 등 중국 업체가 있지만 여전히 미국 업체보다 기술력이 크게 뒤떨어진다”며 “중국 업체가 이미 미국산 소프트웨어를 대량 구매했더라도 사용하려면 라이선스 업데이트를 받아야 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은 풍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등 첨단 반도체 설계 부문에서 장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추가 제재가 발효되면 그 장점마저 잃을 수 있다. 특히 미국이 꼭 짚은 3나노 공정은 삼성전자가 최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로, 기존 5나노 공정까지 사용하던 핀펫(FinFET)에서 한 단계 나아간 것이다. 이를 추격하는 중국 입장에선 해당 공정을 개발하는 것에서부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국내 관련 업계에 미칠 영향은 당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대부분의 설계가 국내에서 이뤄져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수주한 시스템반도체 위탁 생산 때 3나노 공정을 쓸 수 없게 되면서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미국 워싱턴에 따로 사무실을 마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와 과학법’(the CHIPS and Science Act)의 주요 내용을 파악하는 등 미국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초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를 채용하기도 했다. 아울러 반도체법의 세제 혜택 조건(중국 최첨단 반도체 공정에 대한 투자 금지 가드레일)을 완화시키려는 인텔의 노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첨단 반도체 공정의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14나노 혹은 28나노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기준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미국에서 받을 세제 혜택과 중국 내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 사이에서 저울질을 할 수밖에 없다. 다른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로비스트를 통해 미국의 수출 규제나 입법에 따른 영향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우리의 목소리도 전달하고 있다”며 “인텔과 미국 반도체협회(SIA) 등의 활동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의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며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투자 여부를 놓고 고민이 큰데, 정부는 그것보다 더 큰 차원의 전략이나 공급망 비전 등을 얘기해야 하는데,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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