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한화그룹빌딩.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화그룹이 3세 승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너지·화학회사가 품고 있던 백화점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면서 이런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3형제가 그룹의 사업을 방산·에너지, 금융, 리조트 등 3개 부문으로 갈라 승계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이를 두고 재벌 3세라고 해서 당연히 그룹을 승계할 수 있다는 인식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금요일 주식시장 마감 뒤 한화솔루션이 사업 구조 개편을 공시했다. 한화솔루션 내 첨단소재 사업 일부를 물적분할하고, 한화갤러리아(백화점) 사업을 인적분할해 별도 회사로 만들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가운데 한화갤러리아의 인적분할을 두고 한화 삼형제의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4월 한화솔루션에 합병된 한화갤러리아는 1년반도 되지 않아 다시 분할되면서 합병 전·후의 지위가 달라진다. 한화갤러리아는 현재 한화솔루션의 자회사, ㈜한화의 손자회사로, ‘㈜한화→한화솔루션→한화갤러리아’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하지만 내년 초 인적분할이 완료되면 한화갤러리아는 ㈜한화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승격된다. 인적분할은 회사를 세로로 분할하는 방식으로, 기존 회사의 주주는 신설·존속회사 지분을 모두 확보하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의 한화갤러리아 인적분할 도식도. 한화솔루션 IR자료 갈무리.
사업 성격이 다른 한화솔루션과 한화갤러리아가 모두 ㈜한화의 자회사가 되면 향후 삼형제가 그룹을 나눠 승계하는 것이 수월해진다. 현재 한화그룹은 태양광·방산·화학 등 그룹 주력사업은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한화생명 등 금융부문은 이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호텔·리조트·백화점 등 사업은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맡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김동선 상무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전략실장에 이어 올 3월 한화갤러리아 부문의 신사업전략실장을 겸임하면서 이런 구도에 힘이 실렸다.
현재 ㈜한화의 주요 주주는 김승연 회장(22.65%), 김동관 부회장(4.44%), 김동원 부사장(1.67%), 김동선 상무(1.67%) 등이다. 향후 그룹을 3개로 계열 분리할 경우 한화갤러리아가 ㈜한화의 손자회사보다는 자회사에 위치할 때 분할 작업이 쉬워진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분석가는 “한화갤러리아 분할은 승계를 위한 포석으로 판단된다”며 “한화갤러리아가 ㈜한화 자회사로 전환되면서 ㈜한화 밑으로 제조·금융·유통의 자회사 체제가 구축됐다. 승계구도와 맞물리며 분리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의 승계구도가 뚜렷해지면서 합법적 승계 절차에 대한 감시뿐 아니라 경영능력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기업들의 승계방식에 의문을 갖지 않아왔다. 회사 내외부에서 재벌 2·3세의 경영능력 등을 검증할 절차와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안태호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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