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산업·재계

[단독] 현대차그룹이 국제인권단체 이메일에 답 못한 이유는?

등록 2022-11-22 05:00수정 2022-11-22 21:57

국제앰네스티, 이메일로 월드컵 인권문제 질의
현대차 “질의서 담긴 메일을 확인하지 못해서”
3개월 지나 보낸 답도 다른 스폰서사에 비해 부족
2016년 네팔의 한 마을에서 카타르에 일하러 갔다 숨진 채 돌아온 노동자의 장례를 치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2016년 네팔의 한 마을에서 카타르에 일하러 갔다 숨진 채 돌아온 노동자의 장례를 치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국제사면위원회(국제앰네스티) 등 국제인권단체가 카타르 월드컵 인권 문제와 관련해 지난 7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앞으로 질의서를 보냈으나 정 회장은 3개월이 넘도록 답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가 보낸 이메일을 확인하지 못해서다. 현대차그룹이 정 회장을 대신해 뒤늦게 내놓은 답변도 다른 다국적 기업의 답변과 비교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타르 월드컵은 경기장 건설 과정에서 이주노동자 6700여명이 목숨을 잃은 ‘피의 월드컵’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2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 15일 국제앰네스티·휴먼라이츠워치·페어스퀘어 등 국제 인권단체들이 정 회장 앞으로 보낸 이메일이 도착했다. 카타르 월드컵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인권 문제에 대한 후원기업의 입장을 묻는 내용이다.

애초 이들 단체는 지난 7월31일 관련 이메일을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카타르 월드컵 후원사에 보냈다. 하지만 답장을 보내온 기업은 아디다스, 버드와이저, 코카콜라, 맥도날드뿐이었다.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10개 기업은 답변하지 않았다. 현대차 쪽은 10월 중순 께 “인권단체들이 보낸 주소로 들어온 메일은 2개월이면 삭제되기 때문에 질의서가 제대로 도착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메일 주소는 회사 누리집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기재돼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홍보팀이 관리하는 메일 주소로, 재계 관계자들은 모니터링 담당자가 확인하지 못했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관련 팀에 전달하지 않았을 거라 추측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 쪽 공식 메일주소로는 스팸 수준으로 많은 이메일이 올 것이다. 이런 경우 모니터링 담당자를 두고 제대로 관리했어야 했는데, 그런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취재 과정에서 “다시 이메일을 보내면 확인하겠다”는 현대차그룹 쪽 의견을 국제앰네스티 쪽에 전달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15일 받은 이메일은 이후 국제앰네스티가 다시 보낸 메일이다.

2015년 온라인 미디어 보어드 판다(boerdpanda)가 공개한 사진. 현대자동차 로고를 변형시켜 카타르 이주 노동자들의 참상을 묘사했다. 보어드 판다 제공.
2015년 온라인 미디어 보어드 판다(boerdpanda)가 공개한 사진. 현대자동차 로고를 변형시켜 카타르 이주 노동자들의 참상을 묘사했다. 보어드 판다 제공.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공식 답변을 두고도 다른 다국적 기업이 내놓은 답변에 비해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는 스포츠가 전 세계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을 믿고, 가장 강력한 윤리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최국들과 함께 인권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이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영문 공식 입장

Hyundai Motor believes in the power of sport to bring people together from all nations and is committed to maintaining the strongest ethical standards. We expect FIFA to continue its initiatives with host countries to fully respect human rights and continue to monitor its endeavors to do so closely.

코카콜라와 맥도날드는 카타르 월드컵 인권 문제에 대해 각각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스폰서 및 피파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 “피파, 인권 전문가, 스폰서와 계속 협력하겠다” 등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였다. 현대차그룹의 공식 답변에 대해 엘라 나이트 국제앰네스티 연구원은 “현대차가 윤리적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입증하려면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 과정에서 사망하거나 부상 당한 이주 노동자를 위한 피해 구제를 분명하게 요구해야 한다”며 “이번 대회는 이미 인권 유린으로 얼룩져 있는데, 현대차가 인권 책임을 이행하지 못하면 그들의 브랜드가 손상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한국판 심즈’ 크래프톤 인조이 직접 해보니…“서울 풍경 실감 나네” 1.

‘한국판 심즈’ 크래프톤 인조이 직접 해보니…“서울 풍경 실감 나네”

관직 오른 머스크, 오픈AI 소송에 MS 추가…“시장 경쟁 저해” 2.

관직 오른 머스크, 오픈AI 소송에 MS 추가…“시장 경쟁 저해”

현대차 사장된 전 주한 미국대사는 이 사람 3.

현대차 사장된 전 주한 미국대사는 이 사람

이차전지주 폭락…“바이든 IRA법 이전 주가로 돌아가” 4.

이차전지주 폭락…“바이든 IRA법 이전 주가로 돌아가”

‘천만 관중’ 시대 야구단은 돈방석?…10개 구단 재무제표 뜯어보니 5.

‘천만 관중’ 시대 야구단은 돈방석?…10개 구단 재무제표 뜯어보니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