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 연방법원이 국내 에너지 기업 에스케이이앤에스(SK E&S)가 참여한 바로사-칼디타 가스전(이하 바로사 가스전)을 둘러싼 소송전에서 또 원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업에 8천억원을 투자한 국내 국책은행들이 이에스지(ESG) 관련 리스크 점검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오전 오스트레일리아 연방법원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바로사 가스전 해상 시추 인허가 무효를 재확인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적정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티위 제도 므누피(Munupi) 지역 원주민들의 주장을 다시 받아들인 것이다. 원주민들은 지난 6월 “인근 주민들과의 협의 절차가 부족한 상태로 가스전 시추 공사 인허가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호주 법원에 시추 인허가를 무효화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해
9월 법원은 원주민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가스전 사업자들이 항소했고 이날 그 결과가 나온 것이다.
바로사 가스전은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티모르해에서 최대 8개의 가스전을 시추해 뽑아 올린 천연가스를 파이프를 통해 오스트레일리아 다윈에 있는 육상 시설로 보내는 사업이다. 에스케이이앤에서는 이를 액화천연가스(LNG)로 만들어 국내로 들여올 계획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에너지 기업 산토스가 개발 사업의 지분 50%를 가지고 있고, 에스케이이앤에스가 37.5%, 일본 제라(JERA)가 12.5%를 보유하고 있다.
에스케이이앤에스는 “법원의 판단을 떠나 원주민들과 재협의 절차를 거쳐 다시 시추승인을 받고, 차질없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스전 시추 작업은 9월 이후 중단된 상황이다. 산토스도 이날 공식 입장을 내어 “판결에 포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추 환경 계획을 수정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판결 결과로 인해) 자재 비용이나 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지 법원이 원주민들의 주장을 또한번 받아들이면서 이 사업에 8천억원을 투자한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무역보험공사는 해당 사업의 투자 결정 기준으로 “호주 국내 환경 기준, 국제금융공사 성과표준, 적도 원칙 등 국제 환경 규범”을 제시했는데, 원주민 협의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무효화된 인허가가 바로 ‘환경 계획’이기 때문이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에스케이이앤에스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이에스지 리스크는 공적금융의 투자 결정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문제”라며 “그럼에도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제대로 된 검토 없이 8천억원 가량의 금융 지원을 결정한 것은 공적 금융의 무책임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불확실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원주민이 승소한 만큼 무역보험공사는 보증보험 승인기한 만료 후, 승인기한 연장 심사 때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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