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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한국 광고계의 전설’ 윤석태 감독 별세…당신 인생도 “따봉!”

등록 2023-01-19 15:09수정 2023-01-20 02:22

향년 84…18일 오후 숙환으로 별세
‘그래, 이 맛이야’ ‘제비 몰러 나간다’
카피 들으면 자동 연상…663편 제작
고 윤석태 감독. 연합뉴스
고 윤석태 감독. 연합뉴스

“그래, 이 맛이야~”(다시다) “따봉!”(델몬트)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에스케이텔레콤)

카피만 들어도 자동으로 해당 제품이 연상될 만큼 유명한 티브이(TV)광고를 만들어낸 ‘한국 시에프(CF)계의 신화’ 윤석태 감독(전 세종문화 대표)가 18일 오후 7시35분께 자택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

고 윤석태 감독은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서라벌예대(중앙대)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1969년 광고회사 만보사에 도안과장(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입사해 업계에 발을 디뎠다. 이후 1970년 ‘오직 그것뿐 산뜻한 그 맛’이라는 카피로 유명한 한국코카콜라 해변 광고로 데뷔했다.

만보사가 합동통신 광고기획실로, 이후 오리콤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줄곧 현장을 지켰다. 하지만 1977년 부국장으로 승진하자 “현장에서 뛸 수 없게 된다”며 거부하고, 다음 해 오리콤을 퇴사했다. 이후 1979년 ‘세종문화’를 설립하고, 2000년 7월 한국투자신탁의 ‘소나기편’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현장을 지켰다. 그가 생전 만든 광고는 663편에 달한다.

고 윤 감독이 만든 경동보일러 광고. 한겨레 자료사진
고 윤 감독이 만든 경동보일러 광고. 한겨레 자료사진

대중의 뇌리에 박힌 작품은 대부분 세종문화 시절 만들었다. 앞서 소개한 사례 외에도 박동진 명창이 등장하는 “제비 몰~러 나간다~”(솔표 우황첨심원),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경동보일러)를 비롯해 오리온 초코파이 ‘정’ 시리즈 등도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그가 만든 광고카피는 그대로 ‘유행어’가 됐다.

그는 늘 ‘광고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한 번도 광고를 맡기 위해 광고주에게 매달린 적이 없다”던 윤 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직해야 좋은 광고를 만들 수 있다” “사기꾼이 만든 작품은 수명이 짧다”고 말했다. 평생을 광고인으로 산 그는 길게는 10년까지 한 광고주의 작품을 만들었다. 평소에도 자신을 믿고 광고를 맡긴 광고주에 대한 고마움으로 “내가 했던 광고주들 것을 구매한다”던 윤 감독이었다.

고 윤 감독이 만든 다시다 광고. 한겨레 자료사진
고 윤 감독이 만든 다시다 광고. 한겨레 자료사진

1987년 한국시에프제작사협회(KCU)를 만들어 초대 회장을 맡았고, 1988년엔 국내 최초로 프랑스 칸 국제광고제에 출품했다. 대한민국 광고대상의 '대상'만 6번 받았고, 1999년 대상과 금상을 한꺼번에 받기도 했다. 2000~2010년 경주대 방송언론광고학부 석좌교수로 강단에도 섰다. 후배들에겐 엄하기로 유명했던 그가 길러낸 감독만 30여명에 이른다.

유족으로는 부인 전치희씨, 자녀 지영·여준, 사위 서상교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23호실이며, 발인은 21일 오전 8시40분이다. 장지는 용인천주교묘원이다. (02-2258-5977)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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