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종류의 철스크랩(고철) 더미. 게티이미지뱅크
철스크랩(고철) 중 최상등품은 자동차 외장용 철판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철 쪼가리이다. 건물 철거 때 발생하는 폐철근, 폐기계 등을 해체할 때 생겨나는 폐철강류, 고로·전기로의 철강재 생산 공정 중 발생하는 자투리도 철스크랩으로 일컬어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이창양 장관 주재 ‘철강산업 발전 원탁회의’에서 내놓은 철강산업 발전전략을 통해 “철스크랩을 ‘순환자원’으로 인정함으로써 폐기물관리법상 폐기물에서 제외되도록 환경부 등과 협의해 나가는 한편, ‘제조업’에 준하는 기업활동 지원을 위한 법령 정비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렸으며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등 철강업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철스크랩이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법적 실마리는 이미 마련돼 있다. 지난해 12월 공포돼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개정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옛 자원순환기본법)에 포함된 순환자원 지정·고시제이다. 지정·고시제는 개인 또는 법인·단체의 별도 신청 없이 일정 요건의 폐기물을 순환자원으로 인정해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산업계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으면 폐기물관리법상 규제를 받지 않고 운반·보관·사용에 제한도 없어진다. 고철은 폐지, 폐유리용기류 등과 함께 지정·고시제에 따라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을 후보군에 올라 있다. 이와 관련된 후속 시행령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업계 쪽에선 여기에 더해 철스크랩 관련 사업을 제조업으로 분류하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철스크랩 관련 사업은 한국표준산업분류상 E38(폐기물 수집·운반·처리 및 원료 재생업)로 제조업군에서 벗어나 있다. 이 때문에 산업단지 입주 등에서 제한을 받는다. 철강자원협회 쪽은 슈레더, 길로틴 등 가공·정제 시설을 갖춘 사업자를 제조업으로 분류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제조업으로 인정돼야 시설투자 지원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그에 따라 가공산업 성장, 자원순환 촉진으로 이어진다는 명분을 들고 있다.
산업부는 이날 전략에서 원료-공정-제품-수출로 이어지는 철강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2030년까지 철스크랩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철스크랩을 순환자원으로 인정하는 방안은 그 일환이다. 산업부는 또 제철·제강 공정의 저탄소·친환경 전환을 위한 기술혁신도 추진해, 2030년까지 국비 1414억원을 포함해 24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창양 장관은 “철강산업이 탄소 다배출 사업에서 친환경 사업으로, 범용재 위주 생산에서 고부가 제품 생산으로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새로운 무역장벽이 철강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변수로 떠올라 있는 상황을 일컫는 대목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