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의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왼쪽)과 막내딸 구지은 현 부회장. 연합뉴스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과 장녀인 구미현씨가 주주총회를 앞두고 각각 3천억원, 456억원에 달하는 배당금 지급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아워홈 노조가 성명을 내어 이들 남매를 비판하고 나섰다. 노조는 “명분 없는 배당금 전쟁을 벌이고 나선 오너 일가를 규탄한다”며 부도덕한 이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벌어진 ‘남매의 난’에 애꿎은 아워홈 구성원들이 몸살을 앓는 모양새다.
27일 한국노총 전국 식품산업연맹노동조합 소속 아워홈 노조(위원장 장덕우)는 성명을 내어 “회사의 경영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회사를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할 상황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의 터무니없는 2966억원 배당요구는 개인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회사를 망하게 하는 행위로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구미현 오너 역시 회사 순이익의 2배에 가까운 배당을 요구하는 작금의 상황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들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직원의 허탈감을 불러오고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회사의 이미지 추락으로 인한 경영 악화를 불러올 악재”라고 규정했다.
노조가 비판 성명을 내고 나선 것은 다음달 4일 주총을 앞두고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배당금으로 2966억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데 이어 장녀인 구미현씨 역시 서면을 통해 총 456억원의 배당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지난주 했기 때문이다. 아워홈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50억원 정도로, 이들 두 남매의 배당요구는 각각 순이익의 10배와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아워홈을 이끄는 구지은 부회장은 30억원의 배당금을 주총 안건으로 올린 바 있다.
아워홈은 고 구자학 회장의 1남3녀가 지분 98%를 보유한 비상장사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의 지분을 소유한 최대주주고, 장녀 구미현(19.28%), 차녀 구명진(19.60%), 구자운 아워홈 현 부회장(20.67%)이 나머지 지분을 나눠서 갖고 있는 형태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지난 2021년 ‘보복 운전'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았으며, 그해 6월 여동생 3명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해 해임됐다. 현재는 막내 구지은 부회장이 아워홈을 이끌고 있는데, 지난해에도 경영권을 놓고
‘2차 남매의 난’이 벌어진 바 있다.
노조는 이들 남매의 행태를 ‘명분 없는 배당금 전쟁’으로 규정하고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모든 직원이 성과급조차 받지 못하고 아워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데, 회사를 오직 돈으로만 보는 오너 일가의 행위는 비상식적이고 파렴치하다. 구본성·구미현 오너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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