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12개월 연속으로 다음 달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상대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5월 지수 전망치가 93.8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3월 전망치 102.2에서 4월 99.1로 떨어진 뒤 14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돌고 있는 것이다.
기업경기실사지수는 기업들이 현재 사업의 미래 동향을 어떻게 보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지수로, 100보다 높으면 전월보다 긍정적인 경기를, 낮으면 전월보다 부정적인 경기를 전망하는 것을 의미한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에서 100을 하회했다. 지난해 6월부터 12개월 연속으로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 장비’ 전망이 72.2로 가장 부진했다. 2020년 10월 71.4를 기록한 뒤 3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수요 침체 여파로 최악의 상반기를 보낼 것이란 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섬유·의복’(76.9), ‘의약품’(83.3), ‘석유정제·화학’(88.6), ‘자동차·기타운송장비’(89.5) 등 제조업에서도 업황 부진을 예상했다.
비제조업 중에서도 ‘여가·숙박 및 외식’(107.1)이 100이상을 기록한 유일한 업종이었다. 코로나19 일상회복 여파로 여행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기·가스·수도’는 82.4로 부진했다. 전경련은 “2분기 요금 인상안 발표가 보류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제조업과 비제조업 기업 모두 1년 연속으로 다음 달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보고서 갈무리
조사 부문별로는 투자 93, 채산성 93.2, 자금사정 93.5, 수출 94.3, 내수 96.6, 고용 97.1 등 작년 말부터 계속 부정적인 전망이 이어졌다. 재고는 104.4였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반도체 등 주요 제조업을 중심으로 어두운 경기 전망이 길어지면서 우리 경제의 침체 강도가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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