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집단(재벌) 중 창업자가 곧 총수(동일인)인 곳의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기술(IT)·건설 관련 대기업집단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20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자산규모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82곳) 중 창업자가 있는 72곳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기준 창업자가 동일인인 대기업집단은 41.7%(30곳)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25.6%(43곳 중 11곳)와 비교하면 16.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은 기업집단(재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람(또는 회사)을 뜻한다.
리더스인덱스는 “지난 10년간 산업지형의 변화로 정보기술·건설·바이오 기업들이 신규로 대기업집단에 편입되면서 창업자가 동일인인 기업이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2012년과 비교해보면, 카카오·네이버·넷마블·넥슨·두나무·크래프톤 등 정보기술기업과 중흥건설·에스엠(SM)·호반건설·대방건설 등 건설기업들이 공시대상 대기업집단에 신규 진입한 곳들이다.
10년 전 대기업집단의 동일인이 창업 세대였던 11곳은 6곳이 빠지며 올해 5곳으로 줄었다. 지금까지 창업자가 총수 자리를 유지한 기업집단은 동부(디비(DB)그룹의 전신·김준기), 부영(이중근), 미래에셋(박현주), 태영(윤세영), 이랜드(박성수) 등 5곳이다. 롯데(신격호), 에스티엑스(STX·강덕수), 엘에스(LS·구태회), 웅진(윤석금), 대성(김영대), 대한전선(설윤석) 등 6곳은 경영권 승계로 세대교체를 했거나 대기업집단에서 빠졌다.
창업 2세가 동일인인 기업집단은 롯데(신동빈)·엘에스(구자은)·농심(신동원) 등으로 기업집단 수는 26곳으로 10년 전과 같았지만, 이들의 비중은 60.5%(43곳 중 26곳)에서 올해 36.1%(72곳 중 26곳)로 세대교체와 함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창업 3세가 동일인인 기업집단은 2012년에는 엘지(구본무), 지에스(GS·허창수), 두산(박용곤), 씨제이(CJ·이재현), 현대백화점(정지선), 코오롱(이웅렬) 등 6곳(14%)이었다. 10년 새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삼성(이재용), 현대차(정의선), 한진(조원태), 디엘(DL·이해욱), 효성(조현준), 엘엑스(LX·구본준) 등 10곳이 추가돼 14곳(19.4%)으로 늘었다. 엘지(구광모)와 두산(박정원) 2곳이 창업 4세 동일인으로 3세 집단에서 빠졌다. 리더스인덱스는 “경영에 참여하는 창업자 일가의 평균 세대는 2012년 2.2세대에서 올해 2.6세대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한편, 동일인이 여성인 대기업집단은 신세계(이명희), 넥슨(유정현), 애경(장영신) 등 3곳이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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