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해 넷플릭스에서 큰 인기를 끈 드라마 <더 글로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갈무리
씨제이(CJ)그룹이 영화관 사업 실적 악화 위기에 이어 드라마 부문에도 악재가 겹치고 있다. 가뜩이나 씨지브이(CGV)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가 떨어지며 소액주주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가운데, 씨제이에서 드라마 제작을 맡고 있는 스튜디오드래곤에서도 횡령 사건이 발생해 공동 대표가 사임하는 등 분위기가 더 술렁이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2016년 설립된 씨제이 이엔엠(ENM)의 자회사다.
2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김영규 스튜디오드래곤 공동대표가 최근 사내에서 터진 횡령 사건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그룹 감사팀이 두 달 전 내부 제보를 받고 스튜디어드래곤에 재직 중인 한 프로듀서 비위 행위를 적발했다”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하고 회삿돈을 착복한 사실이 드러나 해당 프로듀서는 해고 처리했으며, 김영규 대표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횡령 당사자인 프로듀서에 대해서는 향후 민형사상 조처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만큼 횡령 액수가 크다는 의미다.
다른 부문과 달리 올해 드라마 최대 흥행작 가운데 하나인 송혜교 주연의 <더 글로리>를 제작하고도 최근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는 내리막을 타고 있다. 26일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전날 보다 0.52% 하락한 5만7700원에 거래를 마치는 등 8만원대 후반대까지 치솟았던 지난해 말 주가와 비교하면 30%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실적이 괜찮았음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최대 수요처인 씨제이엔엠이 경기 침체로 광고 매출이 떨어지면서 드라마 편성을 줄인 게 악재로 작용했다. 비용 감축을 위해 신규 드라마 편성을 줄여 내부 계열사 물량이 감소한 것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런 와중에 공동대표마저 횡령 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된 것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의 지난해 매출은 6979억원으로 2021년 대비 43.3%가 늘었다. 영업이익은 526억에서 652억원으로 24% 증가했다.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1211억원)에 견줘 74.3% 급증한 2111억원을 기록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업계 관계자는 “스튜디오드래곤은 스타 피디들을 연출자 계약(제작 편수에 액수를 정해 피디들과 계약하는 방식)으로 데리고 있는 조직이라 대표 사임 자체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도 “대표가 사임할 정도면 횡령 액수가 적지 않아 조직 내부 기강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 듯 싶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 감사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씨피(책임피디) 한 명이 걸려들었다고 들었다”며 “광범위한 내부 감사라면 또다른 횡령 사건이 적발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씨제이 그룹 감사팀은 횡령 사건에 연루된 다른 사람이 있는지 추가 조사를 계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스튜디오드래곤은 2020년부터 경영 부문과 콘텐츠 부문을 분리해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하고 있어 당장 경영 공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 부문은 김제현 대표가, 콘텐츠 부문은 김영규 대표가 이끌고 있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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