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4일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 김녹원 딥엑스 대표(왼쪽부터)와 고대협 엘엑스(LX)세미콘 연구소장,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참석했다. 삼성전자 제공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을 강화 중인 삼성전자가 엘엑스(LX)세미콘 등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 기업들과 손 잡고 인공지능(AI)·저전력 반도체 개발·생산 협력을 강화한다. 인공지능 산업 확대로 커지고 있는 초저전력 반도체 수요에 대비한 조처다. 4나노(㎚·10억분의 1m)를 포함한 최첨단 멀티프로젝트 웨이퍼(MPW) 서비스를 대폭 늘려 고객사 확보에도 나선다.
삼성전자는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 파운드리·세이프(SAFE)포럼 2023’을 열어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국내 팹리스 기업들과 협업 전략을 공개했다. 우선 삼성전자는 최첨단 제품 설계를 돕기 위해 ‘공정설계키트(PDK)’를 팹리스 업체에 제공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팹리스 업체들은 칩 설계 정확도를 높이거나 설계 시간 등을 단축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포럼에는 그동안 삼성 파운드리와 공식적인 거래가 없었던 엘엑스세미콘이 주요 고객사로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엘지에서 분리한 엘엑스 자회사인 엘엑스세미콘은 엘지디스플레이에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을 공급하는 국내 대표 팹리스로 엘지와 삼성의 협업이 본격화했다는 평가다. 고대협 엘엑스세미콘 연구소장은 “고해상도, 고화질, 고주사율을 요구하는 동시에 전력 소모량이 적은 제품을 찾는 최근 디스플레이 시장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삼성 파운드리와 8인치 협력을 넘어 12인치까지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일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참석자들이 로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아울러 삼성전자는 내년 4나노를 포함한 최첨단 멀티프로젝트 웨이퍼 서비스를 올해보다 10% 이상 늘려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객사 확보에 나선다. 멀티프로젝트 웨이퍼는 한장의 웨이퍼에서 다른 종류의 반도체를 함께 생산하는 공정으로 다품종 소량 생산 파운드리 형태에 유리하다. 파운드리 1위인 대만 티에스엠시(TSMC)는 오래전부터 수익성에 상관없이 멀티프로젝트 웨이퍼 전용 라인을 운영하며 많은 중소규모 팹리스들을 고객사로 유치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과 모바일 제품 설계에 활용할 수 있는 4나노 공정의 멀티프로젝트 웨이퍼 서비스를 지난 4월 처음 시작했다.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지에이에이(GAA·Gate All Around) 기술을 기반으로 2나노에서 1.4나노까지 공정 기술을 이어지게 하는 ‘이지 트랜지션’ 전략을 통해 피피에이(Performance, Power, Area) 안정화, 수율 향상, 디자인 서비스 비용을 최소화해 인공지능 산업에 가장 최적화한 반도체 생산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지에이에이 기술은 공정 미세화에 따른 트랜지스터 성능 저하를 극복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전날 파운드리 사업부의 최고기술책임자를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정기태 기술개발실장(부사장)을 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선임하는 ‘핀셋’ 인사였다. 티에스엠시와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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