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씨제이제일제당과 엘지생활건강에 이어 글로벌 업체인 유니레버와 한국존슨앤존스에 납품가 인하를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쿠팡은 이들 회사의 상품 일부를 발주 중단했다. 사진은 쿠팡 본사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대형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이 엘지(LG)생활건강과 씨제이(CJ)제일제당에 이어 최근 유니레버·한국존슨앤드존슨 등에 ‘납품단가 인하’ 등을 요구하면서 일부 제품에 대한 발주가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납품가 후려치기’를 둘러싼 쿠팡과 입점 업체 간의 갈등이 점차 심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글로벌 기업인 존슨앤드존슨은 쿠팡의 단가 인하 요구 탓에 일부 상품에 대해 로켓배송 납품을 최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존슨앤드존슨의 소비자·헬스사업 부문인 켄뷰코리아의 구강청결제 제품인 리스테린 등은 로켓배송 품목에서 이미 빠진 상태다.
바세린·도브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인 유니레버 역시 ‘바세린 퓨어 스킨 젤리 오리지널’ ‘도브 데오드란트’ 등 일부 상품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유니레버 쪽이 내년도 납품가 협상에서 쿠팡의 인하와 물량 확대 요구에 난색을 보이면서 상품 발주가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이 입점 업체와 납품가 갈등을 벌이다 발주가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씨제이제일제당과 마진율 협상을 벌이다 결렬되자 쿠팡은 햇반과 비비고 등 제품의 발주를 중단했으며, 이 조처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엘지생활건강도 지난 2019년 6월 ‘경쟁 이커머스 제품 판매가 인상 요구’ 등 불공정 거래를 강요한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이후 4년 넘게 쿠팡에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경쟁 이커머스 판매가 인상 요구’를 하는 쿠팡과 같은 사례를 막겠다며, 대규모유통업법에 관련 조항(경영활동 간섭 행위 금지)을 신설하기도 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쿠팡이 흑자 폭을 키우기 위해 입점 업체들에 대한 쥐어짜기를 더해가고 있는데, 규모가 큰 씨제이나 글로벌 기업 등을 대상으로 먼저 ‘본보기’ 삼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소규모 업체에선 ‘햇반 전쟁’에서 씨제이를 응원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쿠팡 쪽은 이에 대해 협상이 지연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존슨앤존슨이 납품하는 리스테린 제품의 경우 자회사인 켄뷰코리아 분사 등 해당 업체 사유로 인해 협상이 지연됐을 뿐 현재 원만한 협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유니레버의 경우, 업체 쪽의 사정으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는 이미 지난 6월 협상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이 지난해부터 일부 제품에 대해 최고 10% 이상 가격을 인상했으며, 쿠팡은 가격 인상이 고객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납품단가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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