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평산책방에서 소설 ‘범도’ 작가 사인회가 끝난 뒤 문재인(왼쪽 둘째) 전 대통령과 방현석(셋째) 작가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맨 왼쪽은 홍범도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의원이고 맨 오른쪽은 같은 단체의 한동건 사무총장이다.
“1920년 봉오동전투와 청산리대첩은 기념비적인 항일 승전의 역사인데, 그동안 너무 안 알려졌었죠. 그 시대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복원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전투를 지휘한 홍범도 장군 유해를 제 (대통령) 재임 중에 고국으로 모셔올 수 있었던 것은 참 다행스럽고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 ‘범도’를 쓰기 위해 10년은 취재하고 3년은 집필하는 데 소요됐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한참 소설을 쓰고 있던 2021년 8월15일에 대통령님께서 카자흐스탄에 우리 공군 특별기를 보내 홍범도 장군을 고국으로 모셔오셨죠. 취재와 집필 과정에서 때로는 슬픔과 분노에 사로잡히기도 했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고 작가로서도 큰 힘을 받았습니다.”
2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평산책방. 소설 ‘범도’(전2권, 문학동네)의 작가 방현석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만났다. 평산책방에서 열린 ‘범도’ 작가 사인회를 마치고 마련된 간담회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홍범도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의원과 같은 단체의 한동건 사무총장이 동석했다. ‘범도’는 홍범도(1868~1943) 장군의 생애를 중심으로 항일 무장투쟁의 역사를 그린 소설이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2021년 8월15일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 공군 특별기를 보내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국내로 모셔와 대전현충원에 안장한 인연이 있다.
“1920년대 독립군 2만명 항일 투쟁
지워진 역사 안타까워 기록 나서”
현장 답사 등 10년 취재, 3년 집필
문 전 대통령 “당대 변화·흐름 담아
자랑스러운 독립전쟁 역사 알아야”
간담회에서 방 작가는 “우리나라의 독립은 미국과 소련이 일본에 승전하는 바람에 거저 얻은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가열차게 전쟁을 벌인 결과였다. 제가 만주와 중앙아시아에 가서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1920년대 당시에 무장한 병력만 해도 2만명이었고 100개가 넘는 독립군 부대가 있었는데 그런 역사가 없었던 것처럼 치부되는 게 안타까워서 이 소설을 쓰게 됐다”고 소개했다.
문 전 대통령이 방 작가의 말을 받아서 “1919년 3·1운동이 일어난 뒤 임시정부가 1920년을 독립 원년으로 선포했고 그에 호응해서 일본을 상대로 활발한 전투가 벌어졌다. 이른바 ‘독립전쟁’이라 이름붙일 만한 전투들이었고 그런 면에서 매우 찬란한 역사이기도 하다”고 호응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서 “그런 역사와 오버랩(중첩)되는 것이 홍범도 장군을 포함한 선조들의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라며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삶의 뿌리를 잃고 목숨까지 빼앗기기도 했고, 그래도 살아남은 분들은 정말로 간난신고 끝에 중앙아시아에 자리 잡게 된 역사가 참으로 눈물겹다”고 말했다.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범도’의 방현석 작가가 29일 오후 경남 양산 평산책방에서 열린 작가 사인회에서 책에 인사말과 서명을 적고 있다.
방 작가가 “연해주 최고 부자였지만 재산을 모두 홍범도 장군에게 군자금으로 제공했다가 일본군에게 처형당한 최재형 선생의 생거지를 우리가 확보해서 기념관 같은 걸 만들어 모시고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자, 문 전 대통령은 “방 작가가 만주와 연해주,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증언을 듣고 현장 답사와 자료 조사 등을 충실히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결과를 독립운동 관련 연구소나 홍범도기념사업회 등과 공유하고 국가의 공공 아카이브로 활용할 필요도 있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두 권 합쳐 1300쪽 가까이에 이르는 ‘범도’를 모두 읽고 소설 속 인물들과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독후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소설이 홍범도 장군에만 집중하지 않고 당대의 역사 변화와 흐름도 담아 줘서 더 좋았다”며 “백무아, 진포, 김알렉산드라 같은 여성 인물들이 인상적이었고 특히 김알렉산드라와 홍범도 장군이 주고받는 대화가 매우 맛깔스럽게 묘사되었더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추천 도서를 따로 전시해 놓은 평산책방의 서가.
“저는 사실 궁금했습니다. 제가 이 ‘벽돌책’ 두 권을 보내드리긴 했는데, 바쁘신 대통령님께서 이걸 다 읽으실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었죠. 그런데 대통령님께서 그 두꺼운 책을 다 읽으셨다는 말씀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재임 중에 홍범도 장군 유해를 고국으로 모셔온 사람으로서 당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항일 독립전쟁의 역사, 그리고 그 주역이었던 분들의 헌신과 희생을 국민들이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스럽게도 방현석 작가의 소설 ‘범도’와 이동순 시인이 쓴 ‘민족의 장군 홍범도’(한길사)가 올해 같이 나와 우리 서점에 나란히 진열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8·15 광복절도 다가오는데 이 기회에 국민들께서 13년에 걸친 작가의 혼신의 노력이 담긴 이 책을 읽어 주시고, 그 결과 우리의 독립과 광복이 그냥 온 것이 아니라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피와 눈물의 헌신 덕분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평산책방에서 판매 중인 ‘책 읽는 사람: 문재인의 독서 노트’ 속지에 책에 대한 신뢰를 담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글귀가 인쇄되어 있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은 방 작가와 간담회에 앞서 평산서점을 찾은 독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일일이 기념사진을 찍는 등 ‘팬서비스’에도 열심인 모습을 보였다. 문 전 대통령 사저 관계자는 “평산서점에는 평일에는 하루 평균 1천명, 휴일에는 2천~3천명의 손님이 찾아오고 있으며, 문 전 대통령은 매일 한두 시간씩 손님들을 맞아 이야기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는다”고 소개했다.
양산/글·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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