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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인텔, 이스라엘 파운드리업체 합병 무산…미·중 서로 ‘벽 높이기’

등록 2023-08-17 18:15수정 2023-08-17 18:52

삼성·하이닉스에도 불똥 튈 듯
인텔이 중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해 이스라엘 반도체 기업 타워세미컨덕터 인수를 포기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 인텔 본사 전경. 인텔 제공
인텔이 중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해 이스라엘 반도체 기업 타워세미컨덕터 인수를 포기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 인텔 본사 전경. 인텔 제공

미국과 중국의 첨단기술 갈등 등 자국 산업 우선주의 시대가 열리면서 국경을 넘는 기업 인수합병(M&A)이 이전보다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54억달러를 들여 이스라엘의 타워세미컨덕터(타워)를 인수하려는 시도는 중국의 반독점 심사기관의 승인을 얻지 못해 무산됐다. 타워는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 에스엠아이시(SMIC)와 화홍 등과 경쟁하던 곳이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인수합병 전략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지난 15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파운드리 업체인 타워를 인수해 생산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1년6개월여 만에 백지화했다. 글로벌 기업 간 인수합병은 개별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의 반독점 기관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중국의 경쟁당국인 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의 승인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텔은 합병 승인을 기약 없이 기다리는 대신 3억5천만달러의 위약금을 물어내는 쪽을 택했다. 인텔은 타워와 합병 기한을 올해 2월에서 6월, 8월로 두 차례 연장한 바 있다. 패트릭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지난 4월 중국을 찾아 한정 국가부주석 등과 면담하며 협조를 요청했지만 승인을 얻어내는 데는 미치지 못한 셈이다.

타워는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중요한 퍼즐이었다. 타워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3%로 작지만, 차량용 반도체와 전력관리 반도체 등의 전문기술과 주요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스라엘·미국·일본 등에 제조 공장 있어 인텔의 공급망 확충 전략에도 힘을 실을 수 있다. 양사 점유율을 합쳐도 2% 수준이라서 중국 변수만 넘으면 무난히 기업결합이 이뤄질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인텔의 발목을 잡았다. 미 정부가 중국에 반도체 첨단장비와 제품 공급 등을 제한하며 견제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중국도 미국 기업의 인수합병 승인을 늦추거나 보류하는 방식으로 맞대응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지난달엔 미 반도체 업체인 맥스리니어가 중국 당국의 영향으로 대만 반도체 업체 실리콘모션(SMI) 인수 계획을 포기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지난 16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1년을 맞아 “미국의 일자리 및 경제 성장의 가장 큰 동력”이라고 밝히는 등 자국 산업 우선주의 정책을 더 강화할 뜻을 내놨다. 앞서 미 정부는 지난 9일에는 중국 양자컴퓨팅·인공지능·첨단반도체 분야에 대한 미국 자본 투자를 금지하는 등 국가간 첨단 산업 교류 벽을 더 높이고 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특정 글로벌 기업이 산업을 독과점하는 폐해를 막기 위한 국가 간 기업결합 심사 제도가 자국 우선주의를 위한 무기처럼 악용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반도체 인수 합병 시장을 더 꽁꽁 얼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나 에스케이(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이 앞으로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전략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우려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산업의 강자인 티에스엠시(TSMC)와 경쟁하기 위해 패키징 기술 경쟁력과 반도체 설계자산(IP) 확보 목적의 인수합병 대상을 물색해 왔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중 갈등뿐 아니라 유럽 등 다른 국가들도 역내 생산 확대와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 등을 강조하는 상황이라서 반도체 산업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인수합병 승인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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