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산업·재계

[현장] 메세베를린 점령한 중국 기업들…“삼성·엘지보다 좋아” 저격

등록 2023-09-03 13:42수정 2023-09-04 02:45

1일부터 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IFA2023)의 남문 출입구에 중국 가전기업 하이얼의 대형 광고가 걸려있다. 옥기원 기자
1일부터 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IFA2023)의 남문 출입구에 중국 가전기업 하이얼의 대형 광고가 걸려있다. 옥기원 기자

올해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IFA 2023·이파)의 열쇳말은 ‘중국 기업의 반격’이다. 주요 광고판과 전시 ‘핫 스팟’을 접수한 것도 모자라 삼성·엘지(LG)보다 10인치 이상 더 큰 초대형 텔레비전을 전시했다. 중국 기업들이 미·중 갈등으로 북미 판매 길이 제한된 상황에서 이파를 발판삼아 유럽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 분위기다.

3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이파 전시장의 북문(입구)과 남문(출구) 대형 광고판에는 중국 가전브랜드 티시엘(TCL)과 하이얼의 대형 광고가 각각 붙어있었다. 전시회가 열린 메세 아레나는 나치 시절인 1936년에 세워진 건축물로 광고 효과가 큰 북문·남문 광고판을 차지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1일부터 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IFA2023)의 북문 출입구에 중국 가전기업 티시엘(TCL) 대형 광고가 걸려있다. 옥기원 기자
1일부터 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IFA2023)의 북문 출입구에 중국 가전기업 티시엘(TCL) 대형 광고가 걸려있다. 옥기원 기자

관람객들은 전시회 메인스폰서인 하이센스 로고가 박힌 출입증을 걸고 한 기업 건너 중국 제품을 접했다. 올해 전시회 참가기업 2100여곳 중 중국 기업이 1279곳이다. 지난해 중국 참가 업체 수(220여곳)보다 6배 늘었다. 전시장 곳곳에서 중국 말이 더 많이 들렸다. 베를린이 아닌 베이징으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중국 기업들이 가장 목 좋은 위치에 대규모 부스를 차지했다. 부스 위치와 규모는 업계 위상을 나타내는 척도다. 티시엘은 입구를 들어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21구역에 2106㎡ 규모의 부스를 꾸렸고, 하이센스도 입구에 가까운 23구역에 약 2600㎡의 행사장을 만들었다. 독일 최고 프리미엄 브랜드인 밀레의 출구 쪽 2구역 부스(약 3천㎡)보다 접근성이 훨씬 좋았다. 이파 참가업체를 지원한 산업협회 관계자는 “외곽 부스의 경우 1개(9㎡) 당 약 40만원 참가비가 들어가는데 입구 쪽으로 갈수록 10배 이상 비싸다. 입구 쪽 대형 부스를 차리기 위해 수십억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티시엘(TCL)는 이파(IFA2023) 전시회에서 115형(인치) 퀀텀닷 미니 엘이디(LED) 텔레비전을 전시했다. 삼성이 전시한 98형 네오큐엘이디 제품보다 10인치 이상 크기에서 차이가 난다. 옥기원 기자
티시엘(TCL)는 이파(IFA2023) 전시회에서 115형(인치) 퀀텀닷 미니 엘이디(LED) 텔레비전을 전시했다. 삼성이 전시한 98형 네오큐엘이디 제품보다 10인치 이상 크기에서 차이가 난다. 옥기원 기자

중국 텔레비전 기업들은 삼성과 엘지 제품을 깎아내리며 자사 제품의 기술력을 과시했다. 티시엘(TCL)은 163형(인치) 초대형 마이크로엘이디(LED)와 115형(인치) 퀀텀닷 미니 엘이디(LED) 텔레비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티시엘 부스에선 “삼성, 엘지보다 10인치 이상 더 크다”란 설명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엘지전자와 삼성전자가 97형 무선 올레드(OLED)와 98형 네오큐엘이디 8케이(K)를 전시회 전면에 내세운 빈틈을 노린 노이즈 마케팅이다.

중국 스마트폰업체 아너(HONOR)의 삼성전자를 향한 공개 도발도 주목받았다. 조지 자오 아너 최고경영자는 전시회 공식 기조연설에서 매직브이(V)2 신제품을 공개하며 “두께가 9.9㎜로 삼성 갤럭시(폴드5) 두께 13.4㎜보다 얇고, 무게도 231g으로 갤럭시 253g 가볍다. 세계에서 가장 얇고 가벼운 폴더블폰”이라고 강조했다. 폴더블폰을 처음 시장에 출시한 삼성전자를 가장 이목이 쏠린 기조연설에서 저격한 것이다. 아너 부스에는 새 폴더블폰을 체험하려는 전 세계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아너가 1일(현지시각) 이파(IFA2023)에서 신형 폴더블폰인 매직브이(V)2를 공개한 가운데 아너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옥기원 기자
중국 스마트폰 업체 아너가 1일(현지시각) 이파(IFA2023)에서 신형 폴더블폰인 매직브이(V)2를 공개한 가운데 아너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옥기원 기자

가전 업계는 중국 기업의 반격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다양한 국가와 인종으로 구성되며 프리미엄부터 가성비 제품까지 수요가 탄탄한 유럽시장에서 ‘프리미엄 가성비’ 전략을 추구하는 중국의 성장세가 도드라졌기 때문이다.

유럽 가성비 가전브랜드 베스텔의 셀라하틴 코탈 디지털 기술 최고책임자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중국 업체 부스를 돌아보면서 스마트폰부터 텔레비전, 생활가전까지 기술력이 정말 빨리 올라왔다고 느낌을 받았다. 5년 전까지 중국 이미지가 싸고 고장 잘 나는 제품이었다면 요즘은 가성비 있고 쓸만한 제품이란 인식이 커지고 있어 유럽 시장 영향력도 점점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옥기원 기자 o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세종대 교수 4명,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 선정 1.

세종대 교수 4명,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 선정

“트럼프노믹스에 물가 뛸 것…한국, 제3의 경제 영토 마련해야” 2.

“트럼프노믹스에 물가 뛸 것…한국, 제3의 경제 영토 마련해야”

나도 평균일까…41살 ‘흑자 정점’에 61살 ‘적자 전환’ 3.

나도 평균일까…41살 ‘흑자 정점’에 61살 ‘적자 전환’

과세 준비 미비하다고 가상자산 과세 2년 더 유예하자는 정부·여당 4.

과세 준비 미비하다고 가상자산 과세 2년 더 유예하자는 정부·여당

종부세 과세 인원 128만→49만…윤 정부서 ‘3분의 1토막’ 5.

종부세 과세 인원 128만→49만…윤 정부서 ‘3분의 1토막’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