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1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3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제공.
에스케이(SK)그룹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실적 개선은 늦어지면서,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서 가시지 않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배터리·반도체 실적 개선 여부가 향후 그룹 신용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스케이그룹 지주회사 에스케이(SK)㈜는 지난 4일 3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 예측이 흥행하면서 최대 5천억원까지 발행 물량을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에스케이㈜의 회사채 발행은 올 들어 세 번째로 단기성 차입금을 장기성 차입금으로 전환해 재무 압박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 크다. 보유하고 있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쏘카(SOCAR) 지분(17.9%)도 롯데렌탈에 전량 매각했고, 동박기업 왓슨의 지분 매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케이㈜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목적이다. 기존 포트폴리오 매각 수익도 재무구조 개선 목적을 띄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에스케이㈜가 자금 확보에 나서는 것처럼 에스케이그룹 계열사들은 재무 구조 개선이란 숙제를 여전히 풀고 있다. 최태원 에스케이 그룹 회장이 지난 2016년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지속성장을 위한 ‘딥 체인지’(근본적 혁신)’를 역설한 뒤 에스케이그룹은 배터리·바이오·반도체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2017년부터 배터리·바이오·반도체 사업 등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이 커졌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 분석에 따르면, 2017년 말 약 22조원 규모였던 합산 순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말 75조원으로 커졌다. 올해 3월 말에는 약 87조원(분기 공시 계열사 기준)까지 늘었다. 그룹 합산 부채비율도 2021년 118%에서 올해 3월 말 137%까지 올랐다. 전체 매출의 72.8%(지난해 기준)를 차지하는 반도체(에스케이하이닉스)와 정유·화학 부문(에스케이이노베이션)이 지난해 말부터 전세계 경기 둔화로 실적이 주춤하면서 부채를 줄일 수 있는 현금창출력까지 악화된 상태다. 배터리 부문(에스케이온)의 흑자 전환도 지연되고 있다.
한신평은 “사업확장 목적의 시설투자(CAPEX)와 지분투자, 주주환원 정책 등에 따른 대규모 자금 소요로 2018년 이후 자금부족 상태가 지속된 상태다. 특히 지난해 약 41조원의 합산 에비타(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창출에도 대규모 투자, 운전자본 부담으로 인해 자금 부족 규모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더 올릴 전망이어서 현금 흐름을 잘 지켜보면서 투자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경영학)는 “단기 차입금 비중의 절대 규모는 높지 않으나 짧은 시간내에 빠르게 성장해 유동성 취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계열사 주주들에게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는 “그룹의 중단기 신용도 방향성은 반도체·배터리 부문의 영업실적 개선 여부, 자체 현금창출력 회복과 추가 자본조달을 통한 재무부담 제어 여부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