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설치하는 것보다 벌금 내는 것이 더 싸다’는 회사 고위층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패션쇼핑 플랫폼 ‘무신사’가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과했다.
한문일 무신사 대표는 최근 어린이집 설치를 둘러싼 발언으로 논란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11일 오전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사과했다. 한 대표는 이메일에서 “회사 경영진을 대신해 불필요한 우려를 만든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비가 온 뒤 땅이 더 단단해지듯 이번 일을 슬기롭게 해결해 무신사 임직원들이 다시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무신사는 근무제도 변경과 관련한 온라인 미팅에서 최영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어린이집 설치와 관련해 ‘벌금을 내는 것이 더 싸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알려지며 논란을 불렀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을 보면, 상시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 단독으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할 수 없을 경우, 공동 운영하거나 지역 어린이집과 위탁 계약을 맺는 등 보육을 지원해야 한다. 만일 이를 어기면, 강제이행금을 내야 한다. 무신사는 직원이 1500명이며, 이 중 여성 직원 비율이 55%로 직장 어린이집 설치 대상이다.
하지만 무신사는 서울 성수동에 건립 중인 신사옥에 어린이집을 만드는 방안에 대해 ‘실 수요자가 적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백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최고재무책임자의 발언이 알려지며 비난을 산 바 있다. 무신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7083억원(연결 기준)이었다.
무신사는 “오는 18일부터 위탁 보육을 지원하고,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찾아 실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근무제도 변경과 관련해서는 “재택근무는 일단 현행 방식을 유지하되, 경제 상황과 대내외 여건을 고려해 근무형태를 고민하겠다”며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오전 4시간만 근무하고 퇴근하는 ‘얼리 프라이데이’ 제도도 그대로 운용한다”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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