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LG)그룹이 프랑스의 대표 유통채널 ‘프낙’의 샹젤리제 거리 매장에서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지원하는 옥외광고를 설치했다. 엘지 제공
삼성·엘지(LG)·현대차·에스케이(SK) 등 주요 그룹들이 50여일 남은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결정 투표를 앞두고 막바지 총력 지원을 벌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엑스포 유치의 강력한 경쟁자인 사우디의 네옴시티 건설 수주전에도 뛰어든 상황이어서 엑스포 유치와 ‘오일머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각 그룹이 밝힌 내용을 보면, 엘지는 구광모 회장이 직접 나서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투표권을 가진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한 유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엘지는 2일부터 프랑스 대표 유통 채널인 ‘프낙’과 함께 파리 샹젤리제 거리, 생 라자르 기차역 등 명소에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호소하는 옥외광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9일(현지시각) 국제박람회기구 회원국 대표 등이 대거 참여하는 ‘파리 심포지엄’을 겨냥한 광고전이다.
에스케이는 최태원 회장이 투표가 열리는 파리에서 16~18일 ‘에스케이 최고경영자 세미나’를 열어 엑스포 유치 전략과 그룹 현안 등을 함께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경영진들은 세미나 뒤 각자 맡은 국가로 이동해 ‘밀착 전담마크’ 방식의 유치 활동을 벌일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방문한 뒤 파리로 이동해 현지에서 부산엑스포 유치에 힘을 보탠다. 현대차는 갈매기와 광안대교 등 부산의 주요 이미지가 붙은 ‘아트카’ 10대를 제작해 파리 곳곳을 누비며 홍보전도 벌이고 있다.
지난 3월 일본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구광모 엘지(LG)그룹 회장(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서유럽 국가에 있는 국외 지사 네트워크를 동원해 물밑 유치전을 벌인다는 전략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재계 관계자는 “사우디 리야드가 (유치전에서) 부산과 이탈리아 로마보다 우세한 건 사실이지만, 부산이 결선 투표까지 오르면 로마표를 흡수해 이길 가능성도 있다. 기업들이 유럽 국가와 교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나서면서, 한편으론 사우디 ‘네옴시티’ 건설 사업 수주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사막 위에 도시를 짓는 네옴시티는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엑스포 유치와 함께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국내 기업들은 모두 5천억달러가 들어가는 이 사업에서 건설, 에너지, 인프라 구축 관련 수주를 노리고 있다.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은 이달 중순께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가 꾸린 경제사절단과 함께 사우디를 방문할 예정이다.
엑스포 유치 노력이 네옴시티 수주 경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울산포럼에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도 개최지 선정을 1년 앞두고 방한한 것처럼 (엑스포 유치가 수주 경쟁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