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파빌리온 가브리엘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심포지엄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국외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룹 경영권 승계에 대해 “나만의 계획이 있지만 아직 공개할 시점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최태원 회장은 중국 업체 화웨이가 만든 스마트폰에 에스케이하이닉스의 메모리칩이 탑재된 것에 대해 “미스터리”라고 표현했다.
최 회장은 11일 보도된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정말 고민 중이고 그것(승계)을 준비해야 한다”며 “만약 내가 어떤 사고를 당한다면, 누가 전체 그룹을 이끌 것인가. 승계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기사에서 최 회장에 대해 ‘순자산 23억 달러를 보유한 억만장자’이며 ‘좀처럼 인터뷰를 하지 않은 인물’로 표현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2021년 비비시(BBC)와 인터뷰를 통해 기회는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인터뷰에서 최 회장은 “기회는 (전문경영인 등)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고, 제 자녀도 노력해서 기회를 얻어야 할 것”이라며 ‘자녀의 경영 참여에 이사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인지’ 묻는 말에 “맞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지난 1998년 별세한 고 최종현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최 회장의 장녀 윤정씨는 에스케이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으로 근무하며 신약 개발 태스크포스(TF)에 참가하고 있다. 차녀 민정씨는 해군 장교 복무를 마치고 에스케이하이닉스에서 근무하다 휴직한 뒤 미국에 있는 원격 의료 스타트업에서 자문역을 맡고 있다. 장남 인근씨는 에스케이 이앤에스(E&S)북미법인 패스키에서 근무 중이다.
한편 최 회장은 최근 에스케이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가능하도록 한 미국 정부의 조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사실 우리 제품은 메모리 반도체이기 때문에 일종의 범용제품에 해당하고, 범용제품에까지 엄격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에 에스케이하이닉스의 반도체가 들어간 것에 대한 자체조사 결과도 밝혔다. 그는 “우리가 (화웨이에 공급하는) 자체 유통망을 갖고 있었다면 (제재 이후) 절대로 그 채널을 이용하지 않았을 것이며, 내부 조사에 따르면 (화웨이가 제품을 확보한 경로는) 우리 채널이 아니며, 스스로를 최종 사용자라고 밝힌 다른 채널”이라고 설명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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