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1일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창립 54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대표이사)이 삼성전자 창립 54주년을 맞아 지금 같은 불황기에도 기술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창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고, 따로 메시지를 내지도 않았다.
삼성전자는 1일 경기도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한종희 부회장과 디바이스경험(DX)·반도체(DS)부문 경영진, 임직원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54주년 기념식을 했다. 삼성전자는 1969년 1월13일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로 출발했지만, 1988년 11월1일 삼성반도체통신주식회사를 합병하면서 이날을 창립기념일로 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도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을 따르고 있다.
한 부회장은 이재용 회장을 대신해 직원들에게 기술 경쟁력 우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대가 변해도 기술 선도는 삼성전자 최고의 가치이며, 품질은 양보할 수 없는 핵심 경쟁력”이라며 “지금 같은 불황기에도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는 언제나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기술 격차를 바탕으로 확보한 재원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해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자”고 주문했다. 이는 주력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영역의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져 ‘초격차’를 잃었다는 외부의 지적을 의식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한 부회장은 또한 “여러 제품을 잘 연결해 보다 큰 가치를 제공하는, 미래 라이프스타일 선도 기업이 돼야 한다”며 각 사업에서 최고의 고객 가치를 창출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어 지속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한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반 시스템 확대를 언급하며 “기존에 잘해왔던 사업에만 머무르지 말고 미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신사업 발굴을 확대해 가자”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회장 취임 뒤 두 번째 창립기념일을 맞은 이재용 회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부회장 시절인 2019년 병상에 있던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창립 50주년 행사에서 ‘도전과 기술, 상생을 통해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을 만들자’는 내용의 영상 메시지를 전달한 적이 있다.
삼성 내부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금 같은 어려운 시기에 이 회장이 메시지를 내면 자칫 다양한 해석을 남길 위험이 있어 조심스럽다. 위기 대응이나 사업 관련 메시지는 각 사업부장 차원에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창립기념일을 맞아 이날부터 2주간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 전 관계사 임직원이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나눔위크’ 캠페인을 진행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 관계사 임직원이 나눔 키오스크를 통한 기부, 사업장 인근 지역 사회 봉사, 헌혈 행사 등에 참여한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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