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LG)전자가 지난해 전세계 경기 둔화에도 연간 최대 매출액을 올렸다.
엘지전자는 지난해 연간 매출(연결기준)은 84조28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 증가하고, 연간 영업이익은 3조5485억원으로 전년보다 0.1%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3년 연속 최고액을 경신했다. 최근 3년간 엘지전자 매출액의 연평균 성장률(CAGR)은 13%에 이른다. 이는 가전제품 등 주력 사업의 견고한 경쟁력에 기업간거래(B2B) 사업의 성장세가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엘지전자는 “시장 변곡점을 조기에 포착해 비투비 사업에서 고성장을 이뤘고, 제품 중심에서 콘텐츠·서비스 등으로 사업 모델을 다변화해 수익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작년 4분기부터는 주력인 가전과 티브이(TV) 사업의 수익성이 나빠졌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125억원으로 어닝쇼크(실적충격)를 보인 전년 4분기(693억원)보다는 크게 늘었지만, 전분기(9967억원)에 견줘서는 68.6% 감소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연합인포맥스 집계) 4938억원을 크게 밑돈 것이다. 매출은 23조15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전분기 대비 11.8% 각각 증가했다.
이날 사업부문별 세부실적은 공시하지 않았지만, 작년 4분기엔 주력인 가전·티브이 등의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마케팅 비용이 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인 엘지이노텍 등을 제외한 개별 기준으로 보면 분기 적자로 전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 회복이 더뎌지고 판촉비 부담이 커졌다”고 했다.
다만, 미래 먹거리 사업인 전장(자동차 전기·전자장치) 부문은 전기차 시장 둔화에도 매출과 이익 모두 늘어난 것으로 관측된다. 엘지전자는 “전장 사업은 지난해부터는 생산 사업장의 평균 가동률이 100%를 넘기고 있다”며 “출범 10년 만에 연매출 10조원을 넘어 주력사업 반열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