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인공지능(AI) 산업을 선도하는 전문가와 기업인들이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모이고 있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 전시회인 ‘미국 소비자가전 전시회 2024’(CES·시이에스) 개막을 앞둔 7일(이하 현지시각), 도심과 행사장 주변 호텔들은 기업 관계자와 관람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삼성전자는 개막 행사를 이틀 앞두고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텔레비전과 투명 마이크로 엘이디(LED) 등을 선보이며 신기술 공개의 포문을 열었다.
7일 시이에스 전시장이 몰려 있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중앙홀에선 기업 부스마다 검은 천으로 가린 채 최종 전시 작업을 마무리하느라 부산한 분위기였다. 중앙홀은 삼성, 엘지(LG)를 비롯해 소니, 파나소닉, 티시엘 등 전세계 전자업체들이 부스를 차려, 인공지능 등 신기술 경쟁을 펼칠 격전지로 꼽힌다. 엘지전자는 인공지능을 접목한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을 주제로 투명한 무선 올레드(OLED) 텔레비전과 인공지능 모빌리티 콘셉트(알파블)를 공개하고,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 ‘가우스’와 인공지능 노트북 갤럭시북4 전시를 예고했다.
가격 경쟁력이 강점인 티시엘은 삼성전자 바로 옆에 부스를 차렸다. 티시엘 부스에선 100인치 이상의 퀀텀닷(QD) 미니 엘이디 텔레비전과 인공지능 에어컨, 냉장고 등 전시 준비가 한창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티시엘의 텔레비전 시장 점유율(시장조사기관 옴디아)은 12.4%(2위)로 삼성전자(19.3%)를 추격 중이다.
삼성전자는 전시장 주변 시저스팰리스호텔에서 국내외 취재진 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디스플레이 신제품 사전공개 행사(퍼스트룩)를 열었다.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텔레비전과 세계에서 처음으로 투명 마이크로 엘이디 등을 선보였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은 “차세대 인공지능 프로세스와 타이젠 오에스(OS)를 바탕으로 기존 스마트 티브이를 넘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사하는 ‘인공지능 스크린 시대’를 선도할 것”이라며 “인공지능 스크린이 모든 전자기기를 연결하는 ‘홈 디바이스’ 중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이에스 2024의 주제는 ‘다 함께 모두 온’(All Together, All On)이다. 모든 기업과 산업이 다함께 인류의 문제를 혁신 기술로 해결하자는 의미로, 핵심은 “전 산업의 인공지능 융합”이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이날 미디어 설명회에서 “시이에스에서 소개될 인공지능이 모든 산업을 연결하고 이끌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시이에스 누리집을 보면, 올해 참가하는 세계 4300개 기업 가운데 인공지능을 카테고리로 등록한 기업은 약 900개(약 21%)에 달한다.
특히 미-중 첨단기술 전략 경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기업의 시이에스 진출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500곳 정도 참여했던 중국 업체들은 올해 1115곳이나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 안방인 미국(1201개) 다음으로 많다. 중국 티시엘은 라스베이거스의 상징물로 떠오른 ‘스피어’(Sphere)에 ‘글로벌 1등 회사’라는 광고를 띄웠다.
라스베이거스/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