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펀드 마련, 바이오 투자하고 싶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홀딩스를 이르면 올해 안에 상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통해 100조원 규모의 헬스케어 펀드를 조성해 투자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서정진 회장은 10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4 제이피(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그룹 지주사(셀트리온홀딩스)를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상장시키려고 한다”며 “이를 이용해 100조원 이상 되는 헬스케어 펀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 회장이 구체적인 펀드 규모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어 “지주사를 투자회사로 만들어 가능성 있는 젊은이들에게 전문가로서 투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인수합병(M&A) 문제를 놓고서는 지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 회장은 “제약·바이오 산업에서는 사람이 재산”이라며 “그들이 연구개발(R&D)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회사를 사고파는 것은 필수가 아니다”라고 했다. 서 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지주사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 등 우리가 중심이 돼 5조원 정도를 펀드에 투자하면, 다른 투자사들 자금 50조에서 100조원 정도는 충분히 모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바이오 헬스케어 생태계를 이어가고, 셀트리온으로서도 우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셀트리온홀딩스의 서 회장 지분은 98.5%다. 셀트리온홀딩스는 향후 신주 발행을 통해 투자금을 확보하고, 이 과정에서 서 회장 지분율은 60%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이날 콘퍼런스 메인 트랙에 선 셀트리온의 발표는 40분 동안 이어졌다. 서 회장은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사업부 총괄 대표이사(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와 함께 연단에 올라, 회사 소개와 올해 경영 목표, 중장기 비전 등을 설명했다. 서 회장은 “세계 70억 세계인구 가운데 60억명은 가격이 비싸서 바이오 의약품을 사용하지 못한다”며 “더 많은 사람이 좋은 약을 더욱 저렴한 가격에 쓸 수 있도록 신약 분야에서 플랫폼 기업들과 결합해 더 나은 치료 방법을 찾고,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진석 대표는 “(셀트리온은) 2022년 기준 2조3천억원 매출과 영업 이익률 29%를 달성했다”며 “22개 제품이 출시되는 2030년이 되면 매출 11조원과 3조3천억원 영업이익이 산술적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