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이사회 정식 승인 예정
국내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이자 유통업계 1위 기업인 쿠팡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가입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온라인 플랫폼 대기업이 노사 관계에 주로 목소리를 내는 경총에 가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쿠팡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에만 가입한 터였다.
23일 쿠팡과 경총 말을 종합하면, 쿠팡은 지난해 4월 경총 회원사가 됐다. 지금껏 가회원사 자격으로 있다가 내달 열리는 경총 이사회에서 정식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쿠팡 쪽은 “경총은 산업정책 진흥과 규제 완화 등에 앞장서 온 대표적인 경제단체로서, 당사는 산업 및 경제 현안에 대한 폭넓은 교류와 협력을 위해 지난해 가입했다”고 밝혔다.
쿠팡은 지난 2021년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이후부터 경총 가입을 타진했는데, 노동 관련 이슈가 잇따라 대두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 가입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경총 관계자는 “쿠팡이 지난해 상반기 가입 신청을 해 가회원 자격으로 활동해왔다”며 “쿠팡 쪽은 경총이 국내 법정 사용자단체 대표라는 점에서 회원사 지위가 필요해 가입 신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경총은 ‘노사 간 협력체제의 확립과 합리적인 노사관계 방향 정립’을 주목표로 하는 경제단체로, 주로 노조의 발언력이 센 전통 제조업 대기업들이 중심이었다. 이런 까닭에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과 쿠팡 등 신생 유통기업들은 경총에 가입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물류센터 노동자와 씨엘에스(CLS) 배송기사(퀵플렉스) 등 비정규직 문제가 있고, 최근 중대재해처벌기업법 등 노동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입을 한 것으로 해석한다.
쿠팡은 지난해에도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새벽 4시까지 배송을 하던 40대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그간 과로사와 장시간 노동, 열악한 노동 환경 등으로 인해 사회적 비판을 잇따라 받아왔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쿠팡이 물류 혁신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노동집약적 사업 구조를 가진 탓에 앞으로도 노동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보니 (경총에) 가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내부에서 특단의 개선 노력 없이 경제단체에 가입해 목소리만 키우는 것이 과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앞서 쿠팡은 지난 2021년 암참에 가입해 활동 중이다. 최근 암참은 정부가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부당행위를 금지하는 입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고, 25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회원사간 간담회를 하기로 한 바 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