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품 수탁생산 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연간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수주 확대와 공장 가동률 상승,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 효과 등이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3조6945억원, 영업이익 1조1136억원을 기록했다고 24일 잠정 공시했다. 2022년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3.1%, 13.2%씩 뛰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앞서 2021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진단기 생산 업체인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일시적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 이후,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선 기업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성과의 배경으로는 1~3공장에 이어 2022년 10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4공장 생산량이 늘어난 데다, 국외 대형 제약사와의 대규모 계약이 확대된 점이 꼽힌다. 삼성바이오는 지난해 1천억원 이상 대규모 계약만 9건을 따냈다. 이들 계약 수주 금액만 3조2천억원에 이른다. 계약 상대는 화이자, 노바티스, 일라이 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다.
이동건 에스케이(SK)증권 연구원은 “1~3공장이 모두 풀가동하는 상황에서 4공장 생산량 확대로 매출이 더해졌고, 지난해 4분기 우호적 환율(평균 원달러 환율 1320.7원)이 지속되면서 유의미한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는 글로벌 제약사에서 의약품을 수탁 생산하기 때문에 거래 대금을 달러로 받아 환율 상승 구간에 유리하다.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의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공장 가동률이 지난해보다 올해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2025년에는 5공장 완공도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김민정 디에스(DS)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플랫폼인 항체약물접합체(ADC) 전용 생산시설이 올해부터 가동됨에 따라, 삼성바이오는 단일클론항체(mAb)에 국한됐던 과거와 달리 에이디씨 관련 수주 계약을 기대할 수 있다”며 “6공장 증설 등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삼성바이오 주가는 전날보다 1.38% 하락한 78만8천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실적은 장이 마감한 뒤 발표됐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