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사냥 광고에서 배우 이종수(오른쪽)가 더위사냥 반쪽을 이소연(왼쪽)에게 건네고 있다. 사진 빙그레 제공
인터넷 문화 영향
주목도 높아 인기
주목도 높아 인기
“나중에 아이가 크면 이것을 정표로 전해주시오.” 드라마 <주몽>에 나올 법한 대사를 읊은 남자가 환자복 차림의 여성에게 건넨 것은 단검이 아닌 아이스크림 ‘더위사냥’의 반쪽. 남자는 더위를 먹어 자신을 주몽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광고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정신이 나갔다’와 ‘더위 먹었다’의 뜻이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더위 먹었을 땐 더위사냥’이라는 카피가 이어진다. 미스터피자의 ‘한치골드’ 광고도 전개 방식이 비슷하다. 잘 차려 입은 여자가 남자와 배 위에 서있다.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알고 보니 초라한 통통배 위에 서 있던 여자는 “이런 사랑말고 없니”라고 푸념하고, 남자는 바다로 뛰어들어 한치를 잡아와 피자를 만들어준다. 식음료 제품의 판매 성수기인 여름이 되면서 재미를 강조한 패러디 광고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요즘은 소비자들의 높아진 수준에 맞춰 반전을 넣어 웃음을 유도하는 패러디 광고들이 눈에 띈다. 더위사냥 광고를 기획한 크리에이티브에어의 신정기씨는 “드라마 <주몽>처럼 사극 복장을 배우들에게 입히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식상한 느낌을 줄 것 같아 배경을 아예 다르게 했다”고 말했다. 비교적 보수적이라 할 수 있는 광고주들이 패러디 광고를 선택하는 것은 인터넷을 통해 패러디 문화가 자리잡은 영향이 크다. 패러디는 주목도가 높아 광고 제작자들에게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방법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패러디 광고라고 해서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패러디가 성고하려면 원본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하고 재창조된 내용이 이해가 쉽고 재밌어야 한다. 기능성 음료인 미초 광고는 007 시리즈의 피어스 브로스넌이 등장한 남성 정장 갤럭시 광고를 패러디했으나, 컨셉트만 그대로 따라해 패러디가 주는 재미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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