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감성’ 세계전자제품 화두

(왼쪽부터)소니의 손으로 바닥에 문지른 뒤 찍는 카메라, 소니의 춤추는 엠피 3 롤리.

베를린 소비자가전박람회
춤 추는 MP3 등 눈길

‘티브이 슬림화’ 경쟁이 화제가 되긴 했지만, 오는 3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 박람회 IFA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는 ‘친환경’이다. 이밖에 ‘삶을 즐겁게 하는’ 최신 전자제품의 흐름을 소개한다.

■ 지구를 행복하게 티브이나 생활가전에선 소비전력에 초점을 맞춘 제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샤프는 주변의 빛의 밝기에 따라 스스로 화면의 밝기를 조절해 전력 소비를 낮춘 티브이 아쿠오스 XS1을 선보였다. 파나소닉 또한 밝기 효율을 두배로 개선해 최대 50%까지 소비전력을 줄이는 제품을 내년에 시장에 내놓는다고 밝혔다. 엘지전자의 스칼렛 티브이는 이런 센서를 ‘아이큐 그린’ 기능이란 이름으로 이미 적용하고 있다. 독일 밀레의 경우, 냉장고 컴프레서를 이용해 소비전력과 이산화탄소 방출을 46%까지 낮춘 세탁건조기를 선보여 큰 화제가 됐다. 또 건조가 끝나면 저절로 문이 열리며 습기를 조절해 물 사용량을 30% 이상 줄인 식기건조기도 인기였다.

소재나 제작방식도 달라졌다. 수은이 사용되는 형광등 대신 발광다이오드(LED)를 백라이트로 채용한 티브이는 각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크리스탈 로즈 디자인을 ‘이중사출 방식’을 통해 만들어내 기존의 페인트나 스프레이 사용을 없앴다.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 경쟁도 치열했다. 샤프가 전시장 한가운데 태양광모듈을 이용해 티브이를 틀어놓은 것도, 소니가 바닥에 문질러 발생시킨 에너지로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 설탕물을 이용한 전기제품 등을 전시한 것도 이런 흐름이다. 아직은 비싼 이런 제품들에 전망이 있을까? 대답은 긍정적이다. 실제 조사기관 유로바로미터에 따르면 유럽지역의 경우 소비자들의 75%는 좀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사겠다고 대답하고 있다.

■ 삶을 즐겁게 아이팟·아이폰의 대히트 이후 각 전자제품의 대세는 ‘감성적이면서도 직관적인 유저 인터페이스(UI)’의 개발이다. 도시바가 선보인 ‘제스추어 인터페이스’는 노트북의 비디오 카메라가 사람의 손가락 움직임을 인식해서 마우스 클릭을 대신 해준다. 무선 마우스조차도 필요없게 되는 것이다. 엠피3 하나에도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반짝인다. 소니가 사업을 접은 로봇개 ‘아이보’ 팀이 개발한 ‘롤리’는 음악이 나오면 리듬에 맞춰 날개를 펴고 춤을 춘다.

집을 극장처럼 만들겠다는 ‘홈 시네마’ 부문도 눈에 띄는 제품들이 늘었다. 엡슨이 내놓은 프로젝터는 명암비가 7만5천대 1에 이른다. 필립스의 ‘시네마 원’은 동그랗고 납작한 지름 27.3㎝에 불과한 원통 안에 디브이디, 시디 플레이어와 아이팟 연결구는 물론 5채널의 앰프와 6개의 스피커, 서브우퍼까지 집어넣었는데 소리가 일체형으로 믿어지기 어려울 정도다.

베를린/글·사진 김영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