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이미지 벗고, 젊고 즐겁게 ‘올레∼’
[긍정과 역발상의 힘] 케이티
방학을 맞은 아이가 여름캠프를 떠난다. 아이를 배웅한 뒤 둘만 남은 엄마·아빠는 ‘와우~’ 하며 즐거워한다. 곧이어 아이와 엄마가 함께 떠나는 여름캠프다. 아빠는 못내 슬픈 표정을 짓지만 버스가 출발하자 함께 배웅 나온 아빠들과 두 팔을 들고 환호한다. ‘올레~.’
“소비자로 하여금 최고의 순간에 ‘올레~’라는 감탄사를 외치도록 하라.” 케이티(KT)가 합병 이후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으로 내건 ‘올레’(Olleh) 시리즈 광고의 하나다. 금도끼 편, 백만장자 편, 자장면 배달 편 등 8편의 텔레비전 광고는 하나같이 상상력의 허를 찌르는 반전이 일어나고, 그때마다 외치는 감탄사 ‘올레~’에 저절로 웃음을 짓게 된다. 상품 광고라기보다 한 편의 재미난 웹툰이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유머가 넘치는 시리즈 광고이지만 케이티에프(KTF)를 합병해 기업의 새로운 탄생을 알려야 하는 케이티로서는 깊은 고민과 변화 의지를 담은 마케팅 시도다. 국내 최고·최대의 통신기업으로서 케이티는 크고 안정적이라는 신뢰와 함께 공룡 같다는 지적을 동시에 받아왔다. 기술과 서비스 방식이 나날이 달라지면서 빠르게 발전하는 통신시장에서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서비스의 만족도와 함께 혁신적인 모습을 동시에 보여줘야 한다.
더욱이 합병을 한 시점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데 여러 번 생각하고 망설이는 경기침체기다. 케이티는 오히려 이런 환경을 완전히 뒤집는 역발상으로 나섰다. 케이티가 젊고 혁신적인 회사로 새로 태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경기침체기의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을 결합해서 보여주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거듭했다. 결과는 고객을 즐겁게 만드는 파격적 발상으로 나타났다. ‘올레’라는 브랜드 슬로건은 월드컵 거리응원의 감격을 담은 감탄사인 동시에 헬로(Hello)의 단어 배열을 뒤집은 말로, 케이티는 역발상의 경영철학을 담았다.
올레 시리즈 광고를 제작한 김태해 제일기획 팀장은 “경기침체기에 기업 브랜드 광고를 하자면 사람들을 더 즐겁게 만들어줘야 한다”며 “웃을 일이 없을 때일수록 짧은 광고메시지를 통해서라도 고객을 웃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케이티는 ‘올레~’로 고객을 미소 짓게 만들지만, 그 웃음 너머에는 새롭게 태어난 케이티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생각이 유연하고 상상력이 넘치는, 전혀 다른 생각으로 즐거움과 만족을 안겨주려는 기업이라는 걸 알려주려는 역발상 시도가 담겨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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