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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단독] 지주사 전환 54곳 대주주, 돈 한푼 안 들이고 ‘지분율 2배’ 뻥튀기기

등록 2017-02-08 05:00수정 2017-02-08 08:32

2001년이후 전환기업 첫 전수조사
대주주 지분, 평균 31%서 인적분할 뒤 54%로
재벌 이어 중견기업까지 편법 활용
자사주 신주 배정금지 법안 시급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기업의 대주주들이 자신의 기업 지배력을 돈 한푼 안 들이고 갑절 가까이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주사 제도는 순환출자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수많은 계열사를 지배하는 국내 재벌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재벌 경제력 집중의 도구로 오용되는 문제점이 수치로 명백히 드러나면서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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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한겨레>가 2001년 이후 지난해(9월30일)까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상장사 54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대주주(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주사 지분율은 평균 22.6%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주주 지분율이 전환 전엔 평균 31.7%였으나, 전환 뒤 평균 54.3%로 늘어났다. 대개 상장사 주식 지분을 1%포인트 늘리려면 주가에 따라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까지도 들어간다. 이들은 이런 비용 부담 없이 지배력을 대폭 강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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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핵심 수단은 ‘인적분할 방식’의 회사 쪼개기와 ‘자사주 마술’이다. 기업을 지주사와 사업회사(자회사)로 쪼갤 때 인적분할 방식을 적용하면, 대주주를 비롯한 주주들은 기존 지분율대로 신설법인(자회사)의 주식을 배정받는다. 기업이 회삿돈으로 사들인 자사주는 원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하지만 인적분할 땐 기업이 보유했던 자사주 비율만큼 지주사가 자회사의 신주를 배정받는데 여기엔 의결권이 생겨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주주의 기업 지배력이 한층 높아지는데 이를 ‘자사주 마술’이라고 부른다.

54개 분석 대상 기업 가운데 대주주의 지주사 지분율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곳은 엘지씨아이, 코오롱, 한진중공업홀딩스 등 23곳에 이른다. 이번 분석을 함께 한 유진수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대주주의 지주사 지분율이 감소한 경우는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결과는 유 교수가 분석한 36개 기업과 그의 방법론을 활용해 <한겨레>가 분석한 18개 기업의 지배력 변화를 합친 것이다. 인적분할을 통해 대주주가 지배력을 얼마나 높였는지 실증적으로 전수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지주사뿐만 아니라 사업회사(자회사)에 대한 대주주 지분율도 평균 31.7%에서 48.8%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진수 교수는 “그만큼 소액주주 등 기타주주의 권리가 침해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대 국회에선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인적분할 때 자사주에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 등을 제출했다. 박 의원은 “재벌에 이어 중견기업 대주주들도 자기 돈 안 들이고 지배력을 확대하려고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완 류이근 기자 wani@hani.co.kr

▶관련기사 : [단독] 지주사 전환시 펼쳐지는 두 가지 ‘마술’...대주주, 많게는 조단위 이득 챙겨

지주사 전환 악용 막을 상법개정안…이달 국회가 ‘골든타임’

인적분할을 할 때 자사주 몫으로 신주 배정을 허용하지 않는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국내 기업 가운데 삼성그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끼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 박용진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삼성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려는 지배구조 재편을 상당 기간 멈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 등 주주가치를 최적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며 “검토하는 데 최소 6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식 시장에선 여러 방안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한 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0.6%로 극히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과 계열사 지분 등을 합쳐도 이 부회장 쪽 지분은 18.45%에 그치지만, 외국인 지분은 50%가 넘는다. 이 부회장이 시가총액이 270조원을 넘어선 삼성전자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은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 게다가 2014년 쓰러진 뒤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 회장의 주식을 상속받으려면 천문학적인 세금도 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실적이 안 좋을 경우 경영권이 공격당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할 때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외국인 주주들의 반격이 만만찮았다.

그래서 ‘자사주 마술’을 활용하는 인적분할 방식의 지주사 체제 전환이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회삿돈으로 사들인 2121만여주(13.15%·2016년 9월 기준)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 뒤 떨어져 나간 회사의 신주를 자사주 비율만큼 의결권이 있는 상태로 배정받는다. 이런 자사주 마술을 활용하면 이 부회장 일가는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별다른 비용 부담 없이 회삿돈으로 강화할 수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2월 국회에서 상법개정안이 부결되고, 대통령 선거 전후로 인적분할을 비롯한 지배구조 개편을 재차 시도하는 방안이 최선인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앞서 삼성전자가 지배구조 개선안 검토 시간으로 잡은 최소 기한은 오는 5월 마무리된다. 이맘때 이재용 부회장이 약속했던 그룹 미래전략실 해체를 발표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지주사 체제 전환 작업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박용진 의원은 2월 임시국회가 지주사 제도의 오용을 막을 ‘골든 타임’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는 자사주가 36조원 규모다. 인적분할을 통해 자사주를 이용하려고 끌어모았는데 특검 수사를 받고 있다고 해서 이 방법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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