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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단독] 지주사 전환시 펼쳐지는 두 가지 ‘마술’...대주주, 많게는 조단위 이득 챙겨

등록 2017-02-08 05:04수정 2017-02-08 08:35

지주회사 전환제도의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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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타이어 제조와 판매를 주업으로 하는 한국타이어는 지난 2012년 7월2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회사를 쪼개기로 결정한다. 같은 해 9월1일 회사는 한국타이어월드와 한국타이어 두개로 나뉜다. 지주회사로서 한국타이어월드가 자회사 한국타이어를 지배하는 구조가 짜였다. 지주사는 경영자문, 임대사업 등을, 자회사는 분할 이전 주요 사업인 타이어 제조·판매업을 이어갔다. 지주사와 자회사가 기존 주식을 대략 1 대 4의 가치로 나눴지만, 기존 주주들의 지분 분포는 두 회사 모두 같도록 했다. 통상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은 이런 과정을 밟는다.

여기엔 둘로 갈라진 회사의 외형적 변화에 못지않게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바로 지배주주의 지분율 뻥튀기다. 분할 전 한국타이어 지분 36%를 갖고 있던 조양래 회장을 비롯한 지배주주(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포함)의 지주사 지분은 이듬해 74%로 불어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조 회장 일가는 지분율이 갑절이 되는데도 돈이 한 푼도 들지 않았다. 늘어난 지분율은 이들에게 커다란 경제적 이득을 안겨줬다. 회사 분할 결정 전날을 기준으로 증가한 지분의 경제적 가치(시가총액*증가 지분율)를 추정하면 대략 2조40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엔 세금조차 붙지 않는다.

지주사 보유한 자사주 신주 배정
의결권 생기며 공짜로 지분 키워
대주주 지분율 증가 평균 곱절로

한국타이어 지분 2조4000억 늘어
세금조차 안 붙어 꿩먹고 알먹고
다른 주주 의결권 상대적 축소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 지주사로 전환한 뒤 지배주주들이 많게는 조 단위 이득을 누린 기업들은 2001년 이후 지난해 9월까지 54곳에 이른다. 이들 회사 대주주 지분의 증가율은 평균 잡아 거의 곱절에 이른다. 두배 넘게 커진 곳이 한국타이어를 비롯해 대웅, 한진해운홀딩스, 엘지이아이, 제이더블유홀딩스 등 23곳이다. 심지어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세배 이상 급증한 곳도 엘지씨아이, 휴맥스홀딩스, 코오롱, 한진중공업홀딩스 등 4곳이나 된다. 분석 대상 가운데 증가폭이 가장 작은 동성홀딩스조차 10%가량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늘어났다. 이런 결과는 7일 <한겨레>가 유진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의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연구>(산업조직연구 2014년 5월) 논문을 바탕으로 인적분할을 거쳐 지주사로 전환한 전체 상장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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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마술’이 가능했을까. 인적분할 때 기존 회사 주주들은 분할된 회사의 신주를 원래 지분 분포대로 배정받는다. 기존 회사가 보유했던 자사주는 본디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지주사가 보유 중이었던 자사주 몫만큼 인적분할로 떨어져 나간 자회사로부터 신주를 배정받으면서 얘기가 달라진다. 지주사는 이 자사주 비율만큼 자회사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는 셈이다. 이런 ‘자사주 마술’이 지배주주가 공짜로 지분을 키울 수 있는 촉매제로 작용한다. 당초 분할 전 한국타이어는 회사가 주가 부양 등을 위해 사들인 주식(자사주)의 비율이 4.6%였다. 분할하면서 지주사가 이 비율만큼 받은 자회사의 지분엔 의결권이 생긴다. 지주사를 통해 자회사를 지배하려는 대주주는 이 자사주를 디딤돌로 활용한다. 분할 전 자사주 비율이 높을수록 더 쉽게 자회사의 의결권을 장악할 수 있게 되는 구조다.

자사주가 터준 지분 증가 물꼬는 주식 맞교환으로 완성된다. 이는 분석대상 기업에서 거의 공통으로 나타난 패턴이다. 조 회장 일가는 분할 뒤 자회사 지분을 지주사 주식과 맞교환(현물출자)한다. 이 과정을 거쳐 조 회장을 비롯한 지배주주의 지주사 지분율은 74%로 올라섰다. 그렇다고 자회사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배권이 약화하는 것도 아니다. 총수 일가가 자회사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 출자했기 때문에 자회사 지배력은 지주사로 고스란히 이전된다.

이런 마법 덕분에 실제 회사가 쪼개지기 전보다 지배주주의 사업회사 의결권 지배력도 크게 증가하게 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난다. 지배주주가 사실상 행사하는 의결권 지분이 지주사와 자회사 양쪽에서 늘어난 것이다.

실제 분석대상 지주사 54개가 거느린 자회사의 지배주주 지분율은 46.82%로, 분할 전 회사 평균 지분율 31.7%보다 훨씬 높다. 분할 이후 자회사의 지배주주 지분율이 두 배 이상 증가한 회사만 16개다. 증가폭이 가장 큰 휴맥스홀딩스의 자회사 휴맥스는 대주주 지분율이 세곱이 됐다. 지분율이 감소한 회사는 한세실업과 조선선재 두 곳에 불과했다.

최근 인적분할 등을 통해 지주사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공정위의 지주사 현황 자료를 보면 지주사는 2014년 13개에서 2015년 20개, 지난해 25개(9월말 기준)로 늘어나고 있다. 지주사로 전환하는 기업들도 대부분 중견기업이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 등 다른 주주는 피해를 본다. 유진수 교수는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자금 유입이나 지분 매입 없이 대주주 지분율이 증가했다는 건 다른 주주의 의사 결정권이 상대적으로 작아졌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이 주주평등권에 위배된다는 얘기다.

지주사 제도는 1999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당초 워낙 극심했던 재벌의 순환출자 폐해 해소 등이 목적이었다. 이에 첫번째 전환 사례가 2001년 4월3일 엘지그룹에서 나왔다. 하지만 제도 도입 당시부터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긍정적 효과보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심화하는 부정적 효과를 우려해 반대가 컸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재계에 지주사 전환을 독려해왔다. ‘당근’도 제공했다. 특히 2007년 두 차례 법 개정을 거쳐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줬다. 이후 지주사로 전환하는 기업들은 크게 늘기 시작했고, 제도의 본래 취지가 퇴색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 안팎에서 커졌다. 이 문제들은 아직 개선되지 않은 채 현재 진행형이다. 류이근 이완 기자 ryuyigeun@hani.co.kr

<통계 분석 어떻게 했나?>

인적분할한 일반지주 상장사 대상, 유진수 교수 방법론과 결과 활용

지난 1999년 지주회사 도입이 시작된 이후 지난해 9월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된 지주회사는 모두 162개다. 금융지주사를 뺀 일반지주사는 152개다. 이 가운데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로 전환한 뒤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54곳(자회사 포함 110여개)을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이를 통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분할 이전과 이후 실제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봤다. 기업을 지주사와 자회사(사업회사)로 쪼갤 때 인적분할 방식을 쓰면 주주들에게 기존 지분율대로 지주사와 자회사 주식을 각각 배정한다. 물적분할은 지주사가 자회사 주식 100%를 소유하는 방식이어서 이와 다르다. 인적분할 방식은 일본 같은 나라에선 아예 허용되지 않는다.

분석 방법은 유진수 숙명여대 교수(경제학)가 2014년 5월 <산업조직연구>(제22집 제2호)에 실은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연구’ 논문을 따랐다. 구체적으로 지주사 전환 이전 시점은 분할을 위한 이사회가 열리는 날짜 이전 분기말 기준, 전환 이후 시점은 분할 이후 6개월 시점의 분기말 기준을 원칙으로 했다. 자료는 인적분할을 한 지주사와 그 자회사의 사업보고서, 반기·분기 보고서 등을 활용했다. 또 저자 동의를 얻어 유 교수가 분석을 수행한 지주사 36개사와 <한겨레>가 분석한 18개사(2013년 이후 설립된 지주사)의 분석결과를 합쳤다. 분석 방법은 둘 다 동일하다. 그 결과 인적분할을 통해 지배주주의 지분이 지주사로 전환한 이후 두배 가까이 커진 게 확인됐다. 류이근 이완 기자

<분석대상 54개 지주회사>

엘지씨아이, 휴맥스홀딩스, 코오롱, 한진중공업홀딩스, 대웅, 한진해운홀딩스, 엘지이아이, 제이더블유 홀딩스, 풍산홀딩스, 코스맥스비티아이, 한미사이언스, 에스케이, 원익홀딩스, 웅진홀딩스, 심텍홀딩스, 씨제이, 대상홀딩스, 네오위즈홀딩스, 영원무역홀딩스, 에스비에스홀딩스, 하이트홀딩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우리산업홀딩스, 슈프리마에이치큐, 아모레퍼시픽그룹, 농심홀딩스, 케이씨그린홀딩스, 케이이씨홀딩스, 휴온스글로벌, 에스앤티홀딩스, 세아홀딩스, 넥센, 에스제이엠홀딩스, 종근당홀딩스, 풀무원홀딩스, 서연, 동아쏘시오홀딩스, 디와이, 아세아, 노루홀딩스, 한세예스24홀딩스, 대성합동지주, 삼양홀딩스, 덕산하이메탈, 한진칼, 케이피엑스홀딩스, 씨에스홀딩스, 한라홀딩스, 골프존유원홀딩스, 키스코홀딩스, 일진홀딩스, 평화홀딩스, 부방, 동성홀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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