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리는 일주일에 평균 3.7차례 회의에 참석하고, 한차례 회의가 열릴 때마다 평균 51분이 걸린다. 하지만 회의의 절반(1.8회)은 대체 왜 회의를 하는지조차 모르는 무의미한 회의다. 필요한 회의도 잡담이나 주제에서 벗어난 얘기 등으로 회의 시간의 3분의 1 정도(16분)는 그냥 흘려보내기 일쑤다.
대한상의가 국내 상장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 회의문화를 압축한 내용이다.
상의가 26일 상장사 직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와 전문가 진단을 담아 ‘국내기업 회의문화 실태와 개선 해법’ 보고서를 발표했다. 상의는 한국기업의 상당수가 사업적으로는 글로벌기업으로 발돋움했지만 기업문화는 여전히 전근대적 요소가 많다고 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첫번째 과제로 회의문화를 선정했다.
보고서는 직장인에게 회의하면 연상되는 단어를 물어봤더니 ‘불필요’, ‘상명하달’, ‘강압’, ‘결론 없음’ 같은 부정어를 꼽은 응답이 91%에 달한 반면 ‘자유로움’, ‘창의적’ 같은 긍정어를 꼽은 응답은 9%에 그쳤다고 밝혔다. 직장인들이 매긴 회의문화 점수는 100점 만점에 45점으로 낙제 수준이었다. 부문별로는 회의 효율성이 38점, 소통 44점, 성과 51점으로 모두 낮았다. 특히 ‘과연 필요한 회의라서 하는 것인가’와 ‘회의시 상하소통이 잘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긍정적 응답은 각각 31.6%와 26.4%에 그쳤다.
직장인들은 주당 평균 3.7회, 매번 평균 51분씩 회의하는데 절반인 1.8회는 불필요한 회의로 조사됐다. 회의시간 중 31%(15.8분)는 잡담, 스마트폰 보기, 멍 때리기 등으로 허비하고 있어 회의의 전반적 효율적도 낮았다. 회의당 평균 참석자는 8.9명이었는데, 불필요한 참석자가 3분의 1(2.8명)에 달했다.
또 직장인들은 ‘상사가 발언을 독점하느냐’, `상사의 의견대로 결론이 정해지느냐’는 질문에 각각 61.6%와 75.6%가 ‘그렇다’고 응답해, 상사 중심의 획일적 회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답·정·너’(답은 정해졌으니 너는 따르거라)식 상사 못지않게 ‘투명인간 직원’도 불통회의의 원인으로 나타났다. 회의 참석유형을 묻는 질문에 가급적 침묵한다는 ‘투명인간형’(39%)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상사에 가급적 동조한다는 ‘해바라기형’(17.1%), 별다른 고민없이 다른 사람 의견에 따라간다는 ‘무임승차형’(12.8%) 순서였다. 실제 직장인들은 최근 1주일간 참석한 회의 중에서 3분의 1은 거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명확한 결론없이 끝나는 회의가 55.2%에 달했고, 결론이 나도 최적의 결론이 아닌 경우도 42.1%였다. 이렇다보니 회의의 46.1%는 실행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이동근 상의 상근부회장은 “창의와 혁신이 요구되는 시대인데도 과거 산업화시대에나 유효했던 일방적 지시와 이행점검식 회의가 여전히 많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회의문화를 만드는데 기업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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