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장기 둔화에 빠지면서 시황이 형편없었던 구리·아연·철광석 등 광물자원마다 요즘 ‘트럼프 랠리’가 펼쳐지고 있다.
27일 한국광물자원공사 자료를 보면, ‘산업재’로 쓰이는 우리나라 6대 ‘전략광종’ 가격이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급등세를 지속중이다. 철광석은 지난해 톤당 평균 58.3달러에서 지난 1월 셋째주 81.7달러까지 오른 뒤 이달 넷째주에 92.6달러로 더 치솟았다. 구리(전기동)도 지난해 톤당 평균 4860달러에서 이달 넷째주에 5977달러까지 상승했다. 아연은 지난해 톤당 2090달러에서 이달 넷째주에 2854달러로 연일 고공행진중이다. 유연탄도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추세는 상승 곡선이다. 지난해 평균 톤당 66달러였는데 이달 넷째주에 82.5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보면, 아연을 제외하고 철광석·유연탄·구리·니켈·우라늄 모두 세계 최대 비철금속 시장인 런던금속거래소(LME) 가격이 5년 전(2011년 6월)에 견줘 무려 50~70%가량 떨어지는 폭락세를 이어갔다. ‘트럼프 이후’에 시황이 돌변한 셈이다.
광물 현물가격 결정 요인으로는 △칠레·인도네시아 등지의 주요 광산 파업 등에 따른 공급쇼크 △세계 경제 순환 사이클에 따른 수요 변동 등 실물 부문 수요-공급의 힘 △런던금속거래소의 투기적 수요 △달러 가치 동향이 꼽힌다. 시장 분석가들은 요즘 광물 가격을 지배하는 힘은 수요·공급 펀더멘털이 아니라 투기적 매수세라고 진단한다. 광물자원공사는 “트럼프의 대규모 재정 지출과 1조달러(약 1132조원) 공공인프라 투자 확대 선언으로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런던 선물시장에서 투기적 수요를 불러일으키고 이에 따라 현물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금리 인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인 비철금속은 수요가 줄어 가격 하방 압력을 받기 마련인데도, 강한 투기적 수요가 이를 상쇄·압도하는 셈이다. 가격 상승 기대심리가 퍼지면서 재고를 비축하려는 수요가 일어나고 이것이 또다시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흥미롭게도 6대 광물자원 중에 유독 우라늄만 가격이 하락세다. 우라늄 가격은 2015년 1파운드당 평균 36달러였는데 이달 넷째주에 23.9달러로 떨어졌다. 일본 도시바의 미국 원전사업 대실패(2016년 손실액 약 7조원 추정)에 따른 수요 부족이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6대 전략광종 수입 의존도는 93.9%(2015년·금액 기준)다. 광물 가격 인상은 산업계의 수익성에 일단 부담 요인이다. 하지만 호재로 작용해 수익성이 좋아지기도 한다. 왜 그럴까? 광물을 수입한 뒤 제련 과정을 거쳐 중간재·최종재를 만드는 가공 산업의 경우 수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 사이의 차이로 ‘메탈 게인’(metal gain)과 ‘메탈 로스’(metal loss)가 발생한다. 광물 가격이 상승하면 그전에 싼 값으로 수입한 광물로 만든 제품의 판매 가격이 더 크게 상승하면서 메탈게인과 재고자산평가이익이 발생하고, 그 반대이면 메탈로스와 재고자산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유진 광물자원공사 자원정보실장은 “아연을 수입한 뒤 제련해 자동차부품 소재 등에 쓰이는 아연합금을 만들어 파는 고려아연이나, 전기동을 엘에스(LS)니꼬동제련에서 납품받거나 칠레 광산에서 들여와 중간소재인 구리코일을 만들어 판매하는 풍산의 수익성은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