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다”(이순신)는 말처럼, 신생 해운사인 에스엠(SM)상선이 단 12척의 배로 첫 운항에 나선다.
해양수산부와 에스엠상선은 8일 한국~타이·베트남 노선에서 첫 운항에 나선다고 6일 밝혔다. 10일에는 한국~하이퐁(베트남), 21일에는 중국~서인도 노선에 차례로 배를 띄운다. 대한해운을 거느리고 있는 삼라마이더스(SM)그룹의 신규 법인인 에스엠상선은 지난 1월 한진해운의 주력이었던 미주 항로와 아시아 노선, 경인·광양터미널을 인수했다. 다음달에는 한~일(8일), 한~중(12일) 노선으로 정식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이어 16일 원양 컨테이너선 사업의 핵심인 미국 서부에도 취항하는 등 올해 총 9개 노선에 정기선을 띄울 계획이다.
에스엠상선은 12척의 컨테이너선을 확보했다. 옛 한진해운이 사용했던 65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8척, 그리고 4300TEU급 1척, 1000~1700TEU급 3척이다. 컨테이너는 2만개를 확보했다. 추가 물량 약 3만개는 한국해양보증이나 부산시, 항만공사의 지원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영업망은 16개국에서 12개 지점, 9개 영업소, 7개 대리점을 운영한다. 육상직원은 370명(한국인 210명, 현지인 160명)이고, 해상직원은 12척에 400여명을 추가 고용할 예정이다. 에스엠상선은 “2월 중순부터 타이와 베트남(하이퐁)에 대한 화주 예약을 받고 있다. 하이퐁 노선은 화물이 가득 찰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롱비치터미널이 있는 미국 서해안 서비스는 최단 운항일(10~12일) 등 익스프레스 서비스를 제공해 화주의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서인도, 동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4개 노선은 다른 선사와 화물 적재공간을 서로 빌려주는 선복교환 형태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에스엠상선은 “5년 안에 매출 3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선사의 신규 선박 발주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선박 신조 프로그램’에 2조6천원을 투입할 예정이어서, 에스엠상선으로서는 선박 추가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스엠상선이 몰락한 한진해운의 위상을 되찾아오는 대형 국적선사로 성장할 수 있을까? 앞에 놓인 항로는 거칠다. 한진해운은 원양선사라 동아시아 근해에서 영업하는 중소 선사들과 보완관계에 있었으나, 에스엠은 규모가 작아 당장 아시아 항로에서 중견·중소 선사들과의 치열한 경쟁부터 뚫어야 할 판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스엠의 미주노선은 현대상선과 겹치는 데다, 국제 해운동맹에도 들어가지 못한 상태”라며 “해운업계가 대불황에 빠져 있는 터라 국내외 해운사의 경쟁과 견제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을 겪은 국제 화주들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 화주를 모으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있다. 당장 미주노선에서 옛 한진해운의 서비스와 노하우를 얼마나 복원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다만 원가경쟁력은 좋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비싼 용선료로 장기계약을 맺는 바람에 대규모 부실에 빠진 것과 달리 지금은 선박 용선료가 싼 편이다.
조계완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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