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무역위원회(NTC)의 피터 나바로 위원장이 한국 기업을 콕 짚어 비난한 가운데, 지난달에는 미국이 무역수지 손실을 볼 경우 해당 무역협정을 자동 재협상하는 방안을 의회에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7일 미국 통상 전문지 <인사이드 트레이드> 보도를 보면, 나바로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미 상원 재무위원회와 하원 세입세출위원회에 나가 미국이 무역수지 손실을 입을 경우 해당 무역협정을 자동적으로 재협상(automatically renegotiate)하는 방안과, 재협상 기간 중에 상대 국가로 하여금 미국 제품을 구매하도록 강제해 적자폭을 줄이는 수단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바로 위원장은 이날 상·하원 상임위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4가지 정책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중 ‘자동 재협상’ 방안이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확산 △다자간협정보다 양자협정 추진 △일자리 창출 등이 나머지 세 가지 목표였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인사이드 트레이드>는 “그러나 이들 중에 민주·공화 양 당의 강한 반발을 부른 것은 자동 재협상 아이디어 및 이와 관련해 (적자를 야기한) 상대국에 미국 제품을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이었다”며 “상하원 상임위 의원들은 제안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의원들은 현재 미국의 무역적자가 협정을 맺지않은 국가들로부터 주로 발생해 실익이 없는 점, 트럼프 행정부가 파악한 무역적자가 과장됐다는 등의 이유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바로 위원장은 반중국 보호무역주의자로 교수 시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공약집 작성에 참여했다. 정식 법안이 아닌 아이디어 수준이지만, 의회에 공식적으로 이런 ‘대담한’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실은 국가무역위원회도 전방위적인 통상 압박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앞서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일 공식 보고서를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자유무역협정 전반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나바로 위원장은 6일(현지시각) 열린 미국 전국기업경제협회 총회 연설에서도 “아일랜드, 베트남, 중국, 한국, 대만, 스위스 등 16개 국가가 미국의 무역적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무역적자를 좁히지 않을 경우 결국 외국인들이 미국을 소유해 (우리는) 무역할 것이 남아있지 않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나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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