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수출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자동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다. 평택/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파고가 높은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 발효 5주년을 맞는다. 양국 교역 촉진에 기여했다는 평가 속에, 정부는 수출을 비롯한 교역 규모와 무역수지 흑자 증가를 협정의 성과로 내세웠다. 그러나 2014년 정점을 찍은 대미 수출이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약발’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세계 경기 위축 속에서도 한-미 양국 교역은 증가세를 지속했고, 이에 따라 상대국 내 수입시장 점유율도 두 나라 모두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전체 수출입 규모는 협정 발효 전인 2011년 1조796억달러에서 지난해 9016억달러로 줄었다. 반면 미국과의 교역 규모는 같은 기간 1007억달러에서 1096억달러로 증가했다. 전체 수출이 2011년 5552억달러에서 지난해 4954억달러로 준 반면, 대미 수출은 562억달러에서 664억달러로 늘었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116억4천억달러에서 232억5천억달러로 불었다.
정부는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수출은 세계 경제 불황으로 5년간 연평균 3.5% 감소했지만 대미 수출은 연평균 3.4%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전체 수입이 연평균 5.0% 감소하는 동안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연평균 0.6% 감소에 그쳤다. 서로 시장 개방도를 높여 ‘윈-윈’한다는 자유무역협정의 목적에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흐름을 보면 미국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입지가 위축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협정 발효 뒤 5년간의 연평균 대미 수출 증가율이 양호하게 나온 것에는 2014년의 급증세(13.3%)가 큰 역할을 했다. 그 뒤로 대미 수출은 2015년 0.6%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4.8% 줄었다. 이는 2015·2016년 전체 수출 감소율(각각 8.0%, 5.9%)보다는 적은 폭이다.
문제는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띠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미 수출이 그에 비례해 호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의 수입 감소 폭은 2.6%로 줄었지만 한국의 대미 수출 감소율은 이보다 2.2%포인트 높다. 올해 들어서는 이런 흐름이 더 뚜렷하다. 한국의 1월 전체 수출은 11.2% 늘었지만 대미 수출은 1.9% 줄었다. 1월에 미국의 전체 수입은 12%나 증가했다. 2월에 한국의 전체 수출은 20.2%라는 높은 신장세를 보였지만 대미 수출 증가율은 1.7%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더 기승을 부리고 현대차·엘지(LG)전자·삼성전자 등이 미국 현지 생산을 시작하거나 확대하면 수출 회복세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미 수출 상위 10대 품목 중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원동기 및 펌프, 철강판, 컴퓨터 등 5개는 애초 관세가 없거나 자유무역협정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협정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비양허’ 품목의 대미 수출 비중은 2012년 21%에서 지난해 23%로 증가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또다른 주력 상품인 완성차도 발효 이후 계속 미국 쪽 관세가 2%대로 유지되다 완전히 철폐된 지난해 외려 수출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5년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아 대미 수입이 정체상태를 보이면서 반대급부로 무역수지 흑자가 커진 측면도 있다.
고나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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