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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현장에서] 대우조선 해법에 필요한 ‘차분한 시간’

등록 2017-03-20 17:51수정 2017-03-20 20:29

자산 15조원, 부채 14조5천억원, 영업손실 1조6천억원, 당기순손실 2조7천억원, 단기차입금 2조8천억원, 장기차입금 1조7천억원, 장기사채 1조3천억원…. 2016년 12월31일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연결재무제표·손익계산서의 주요 항목이다.

매출액 12조원대의 거대 기업이지만 한달 뒤인 4월21일에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4400억원을 갚을 길이 막막하다. 때마침 22일은 청년실업가였던 김우중씨의 ‘대우 창업’ 50주년이다. 대우를 한때 재계 2위 기업으로 발돋움시킨 기초가 옥포조선소였다. 개별 기업으로서도 한국 경제로서도 ‘성공신화’의 대표 기업이었던 대우조선은 이제 회사채를 갚을 돈조차 말라버린, 한국 경제를 위기론에 빠뜨린 회사로 바뀌었다. 어디서부터 꼬이고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선수금 더 줄 테니 선박 인도를 당겨달라고 전 세계 선주들이 아우성치던 2007년 초호황기에 조선업계는 너도나도 독(선박 건조대)을 새로 팠다. 2008년 첫날 어느 지상파방송은 뉴스 스튜디오를 울산 현대중공업 야드에 차렸다. 세계 조선업체 1~5위가 죄다 국내 기업일 정도였다.

그러나 호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번에 꺾였다. 발주 선박은 제로가 됐고, 다 건조된 선박조차 발주사가 인도를 포기하는 사태가 비일비재했다. 대우조선도 그간 번 돈으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지금,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신규 자금이 포함된 유동성 지원 방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4조2천억원을 쏟아부은 상태인데, “추가 지원은 없다”는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의 말은 헛말이 됐다.

지난달 한 경제학 토론회에서 백웅기 상명대 교수(경제학)는 “금융위기 이후 수주 부진에 빠져들었는데도 채권단과 정부는 구조조정은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조선업에 완화적 금융을 펴서 업체마다 설비투자 확충에 나서게 해 더 큰 화를 불렀다. 이제 당국도 속수무책인 지경”이라고 말했다. 특히 산업자금을 공급·관리하는 국책은행일수록 금융을 죄고 푸는 수단을 동원해 구조조정을 압박했어야 하는데 민간기업의 위험과 손실을 국민 돈으로 계속 떠안고 있다는 얘기다. 산업은행은 수많은 부실 대기업에 세금을 쏟아부어가며 자회사로 편입해 자산총액(지난해 9월말 270조) 1위 기업이 됐다.

대우조선에 돈을 집어넣더라도 급한 대로 부족한 현금만 메우는 영양제 주사가 맞는지, 향후 수년간 필요한 돈을 뭉텅이로 지원해야 하는지, 아니면 생사 여부를 결정해야 할 때인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향후 세계 경제와 글로벌 조선·해운 업황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정교한 예측이 필요한데, 어떤 판단에도 불확실성이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한 불을 꺼야 한다는 당국과 국책은행 채권자들의 분주한 움직임에는 반드시 있어야할 한 가지가 빠져 있다. 성공신화는 이제 ‘신화’일 뿐이다. ‘조선’을 차분하고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대규모 자금 추가 지원이라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버리는 방식으로 봉합하려는 건 책임 규명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심산 아니냐는 의구심만 초래한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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